남녀 모두 35세 후 가임력 떨어져
부부 함께 난임 검사 후 치료해야
난자 냉동은 34~37세엔 시도를
정자·난자 같은 생식세포는 나이가 들수록 가임력이 떨어진다. 결혼이 늦었다고 임신을 포기하기에는 이르다. 난임은 아는 만큼 극복할 수 있다. 한 해 태어나는 신생아 10명 중 1명은 난임 치료를 통해 세상과 만난다. 생물학적 나이는 되돌릴 수 없지만 생식세포를 선별해 배아를 키우고 이식을 돕는 난임 치료로 임신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35세를 기점으로 생식 능력이 뚝 떨어진다. 한 살이라도 더 젊을 때 난임 치료를 시도해야 하는 이유다. 중앙일보 건강한 가족은 생식의학 분야 글로벌 기업인 한국페링제약과 함께 행복한 가족의 탄생을 돕는 난임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탄생의 동행’ 캠페인을 진행한다. 첫 주제는 ‘가임력 팩트체크’다.
━
월경 규칙적이어도 난임일 수 있어
한국은 난임 치료 강국이다. 생물학적 나이가 50세가 넘었는데 난임 치료로 임신·출산에 성공했다는 보고도 있다. 문제는 결혼이 늦어지면서 난임 치료를 시도하는 연령대가 지속해서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즈메디병원 아이드림센터 이유진 센터장은 “취업, 주택 마련 등을 이유로 결혼을 늦출수록 난자의 질은 떨어지고 정자의 운동성이 나빠져 임신이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자연 임신이든, 난임 치료를 받든 마찬가지다. 특히 난임 치료를 시작하는 나이가 많을수록 반복적 실패를 겪을 가능성이 커진다. 나이가 어리다고 안심해서도 안 된다. 35세 이하로 젊어도, 월경이 규칙적인 여성도 자궁·나팔관 등의 문제로 난임을 겪을 수 있다. 월경 주기가 불규칙해 난임으로 진단받는 비율은 25~30%에 불과하다.
━
난자 냉동은 늦어도 38세 이전에 시도해야
결혼·자녀 계획 등이 불확실하다면 난자 냉동 등으로 가임력을 지키는 방안을 고려한다. 계속 정자를 만들어내는 남성과 달리 여성은 평생 쓸 수 있는 난자를 가지고 태어난다. 자연스럽게 초경을 기점으로 매달 성숙된 난자를 하나씩 배출하면서 난자의 수가 줄어든다. 게다가 난자의 질은 35~38세를 기점으로 급격하게 떨어진다. 송파 마리아플러스 김상돈 부원장은 “비교적 젊거나 난소 기능에 이상이 없을 때 미리 난자를 보관했다가 난임 치료를 시도하는 것이 대안일 수 있다”고 말했다. 난자 냉동을 고려한다면 34~37세 무렵에 시도하는 것이 비용 대비 효용성이 좋다. 참고로 서울시에서도 난자 냉동을 원하는 30~40대 여성에게 첫 시술비의 50%를 지원한다.
━
난임 치료 늦을수록 임신에 오래 걸려
난임은 빨리 치료를 시작할수록 유리하다. 생식의학 등 난임 치료 기술이 발전해도 생물학적 나이에 따른 임신 성공률은 차이를 보인다. 영국 인간생식배아관리국(HFEA)에서 밝힌 43~50세 여성의 평균 체외수정(IVF) 임신율은 배아당 6%다. 18~34세의 IVF 임신율(배아당 41%)과 차이를 보인다. 한국은 초혼 연령이 늦어지면서 임신을 시도하는 나이도 덩달아 늦어지는 추세를 보인다. 문제는 스스로 난임이라고 인식하는 시점이 늦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부천 마리아병원 조유리 진료부장은 “늦어진 결혼만큼 난임 치료를 미룰 시간적 여유가 없는데도 자연 임신부터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난임 치료를 시작하는 시점이 늦을수록 임신에 이르기까지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한국은 자연 임신 시도부터 난임 치료로 임신에 성공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평균 7년으로, 일본(6.4년)·싱가포르(5.8년) 등 같은 동아시아와 비교해도 길다는 난임 치료 인식 조사도 있다. 35세 이상 여성이라면 결혼 후 1년까지 기다리기보다는 좀 더 일찍 난임 전문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난임 치료를 망설일수록 임신에 이르는 시간만 길어질 뿐이다.
━
부부가 모두 난임 검사 받아야
나이는 성별과 상관없이 가임력 저하에 영향을 준다. 난임이 부부 중 어느 한쪽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난임 전문병원에서 첫 대면 진료 일정을 잡을 때 부부가 함께 방문할 것을 권하는 이유다. 난임의 원인은 정자·난자 등 생식세포의 발생부터 정자·난자가 결합하는 수정, 수정된 배아의 이동, 모체와 연결하는 착상 등 전 과정에 걸쳐 존재한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여성의 상태만 살피고 난임 치료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난임 치료가 임신·출산을 담당하는 여성의 몸에서 이뤄지고, 남성은 정액 검사 등을 이유로 난임 병원을 방문하는 것을 극도로 꺼린 탓이다. 미즈메디병원 아이드림센터 노은비 원장은 “남성도 나이가 들수록 정자의 질이 떨어지고 염색체 이상 위험이 증가하는 등 가임력이 감소한다”고 말했다. 남성의 나이가 45세 이상이면 배아의 발달 결함, 임신율 저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행히 요즘엔 무정자증 등 남성 난임이라도 고환에서 성숙 정자를 채취해 IVF를 시도하는 등 다양한 보조생식술로 임신 시도가 가능하다.
━
과배란 유도 주사가 폐경 유도하지 않아
여성은 배란할 때 여러 개의 난자를 동시에 준비하다가 선택받은 우성 난자 하나만 남기고 퇴화한다. 체외수정 시술이나 난자 냉동 때 필수적으로 과배란을 유도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없어질 운명인 다수의 난자를 살려내 채취한다. 앞으로 쓰일 난자가 아닌 없어질 난자에 영향을 미칠 뿐이다. 조유리 진료부장은 “과배란 유도 주사로 인해 폐경을 앞당기거나, 난소 기능 저하 등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자궁근종·자궁내막증 등 여성호르몬과 관련된 질환도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
━
심리적 안정을 돕는 남편 역할 중요
난임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난임 치료 역시 부부가 함께 수행해야 하는 공동 과제다. 과배란 유도를 위한 주사를 맞고 반응을 확인하는 등 직접적 치료는 여성의 몸에서 이뤄진다. 이때 중요한 것은 남편의 역할이다. 김상돈 부원장은 “난임 치료 과정에서 여성에 대한 이해·배려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남성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방관해서는 안 된다. 난임 치료를 위해 여성의 몸에 고농도의 호르몬 제제를 투여하면 나도 모르게 날카롭게 반응하고 예민해지는 등 정서적 변화를 겪을 수 있다. 힘든 난임 치료를 잘 완수할 수 있도록 마음을 보듬어주고 심리적 안정을 위한 공감 등 지원이 필요하다.
━
난소 기능 좋다고 임신 미루지 말아야
난임 치료는 난소 기능을 가늠하는 AMH(항뮬러관호르몬) 수치에 따라 전략이 달라진다. AMH 검사가 난임 치료의 나침반 역할을 하는 셈이다. 대개 AMH 수치가 높으면 임신이 수월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오해다. 난소 기능을 가늠하는 AMH 수치가 높아도 정자의 질이 나쁘면 자연 임신보다는 인공수정, 체외수정 등을 시도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노은비 원장은 “난자가 많이 배란돼도 생물학적 나이에 따라 난자의 질이 예상보다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난소 기능이 좋다고 임신 시도를 미루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특히 AMH 수치가 높으면 다낭성 증후군으로 과배란을 유도할 때 난소과자극증후군(OHSS)이 생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의학적으로 한 번의 과배란 유도로 채취하는 난자 수는 8~15개 정도가 적당하다. 최적의 난자 수를 채취할수록 난소과자극증후군 발생 비율이 줄고 배아 이식 후 출산에 이르는 비율이 높아졌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