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중구의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게시돼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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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의 급등세가 최근 주춤해졌지만, 배럴당 90달러 안팎의 고공행진은 꺾이지 않고 있다. 주요 산유국을 중심으로 공급 부족 압박이 이어지는 만큼 '고유가'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국내 기름값의 상승세도 멈추지 않으면서 물가 상승·수입 증가 등을 부추길 거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3일(현지시간) 영국 ICE 선물시장에서 거래된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90.92달러로 전일 대비 0.21달러 올랐다. 지난달 말 95~96달러에서 내려오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브렌트유 시세는 지난달 초부터 꾸준히 90달러선을 지키고 있다. 서부텍사스유(WTI) 선물 가격(뉴욕상업거래소 거래분)도 같은날 89.23달러로 0.41달러 상승 전환했다. 두바이유 현물 가격(싱가포르 시장)은 91.09달러를 기록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감산을 비롯한 여러 악재가 버티고 있어 향후 유가는 더 오를 수 있다.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사우디 아람코는 다음 달 석유판매가격을 전월 대비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 측은 자국 내 수급이 안정되기 전까지 석유제품 수출금지 조치를 유지할 거라고 밝혔다. 또한 이라크의 원유 수출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미국 내 원유 재고는 줄어든 상황이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는 "사우디·러시아가 내년 상반기까지 감산 카드 등으로 원유 공급을 쥐고 흔들 것"이라면서 "공급 자체가 부족한 데다 수요가 늘어나는 겨울이 다가오는 만큼 국제 유가가 떨어질 요인이 없다. 연말까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
고유가 상황이 길어지면서 국내 석유제품의 가격 압박도 가중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3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L당 1796.25원으로 1800원에 육박했다. 경유 가격도 1699.92원으로 1700원 선에 다다랐다. 휘발유·경유 모두 9월 넷째 주까지 12주 연속 상승세다. 불과 3개월 전까진 각각 1500원대, 1300원대였던 가격이 크게 오른 것이다.
이는 추가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미 석유류 가격 인상 여파로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4%(전년 동월 대비)를 기록하면서 석 달 만에 2%대에서 3%대로 다시 올랐다. 이에 따라 물가 안정이 필요한 정부가 이달 말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휘발유 25%, 경유 37%) 조치를 연장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앞서 지난달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향후 국제 유가 추이에 따라 추가 연장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재부는 이달 중순까지 연장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또한 원유 도입 가격이 꾸준히 오르면 수입 급감에 힘입어 4개월 연속 흑자를 찍은 무역 전선에 악영향을 미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원유 수입액도 1년 전보다 16.2% 줄긴 했지만, 직전인 8월과 비교하면 19.4% 급증했다. 지난달까지 수출이 12개월 연속 역성장한 상황에서 1위 수입 품목인 원유까지 흔들리면 무역수지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앞으로 무역 흑자의 주된 변수는 국제 유가가 될 것"이라면서 "유가가 배럴당 95~100달러 이상 올라가면 무역수지가 다시 악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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