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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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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수사 48시간…시간에 쫓기고 수싸움에 쫓기고[조준영의 검찰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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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불이 꺼지지 않는 검찰청의 24시. 그 안에서 벌어지는, 기사에 담을 수 없었던 얘기를 기록합니다.

머니투데이

(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최근 잇따른 마약 범죄로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가운데, 검찰이 마약과 총기류를 몰래 들여온 밀수사범을 체포했다. 국내에서 마약·총기 동시 밀수를 적발한 건 처음이다. 1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브리핑룸에서 검찰이 압수한 마약 및 총기류를 공개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3.4.1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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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사범들은 야간에 주로 활동한다. 사람들 눈에 덜 띄고 마약을 보다 은밀하게 거래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검찰 마약수사관들의 근무시간도 자연스레 밤 늦게까지 연장된다. 저녁에 마약을 거래하는 피의자를 붙잡아 압수물 정리, 소변·모발 검사 등을 마치고 나면 자정을 넘기기 일쑤다. 형사소송법상 피의자를 체포 후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으면 석방해야 한다. 따라서 수사관들이 자정을 넘겨 일한 다음 날에도 분주하다.

"토요일에 입국한다는데..."

피의자가 주말에 들어온다는 내용의 마약밀수 제보를 받으면 수사관들의 눈치싸움도 치열해진다. 사건을 담당하게 되면 하루 12시간씩은 꼬박 일해야 해 주말을 반납할 수밖에 없다.

주말에 8시간 이상 근무하면 평일 하루 '대체휴무'를 쓸 수 있지만, 이를 이용하는 직원은 거의 없다. 48시간 바짝 일해 영장을 청구하면 다시 증거수집에 나서야 하고, 영장이 발부된 후엔 피의자 조사를 서너차례 해야 하고 통화내역·계좌추적, 공범 수사 등을 이어가야 하니 현실적으로 휴무를 쓰기 어렵다.

이렇게 사건 하나를 수사해 재판을 넘기는데 짧게는 2주, 길게는 6개월이 소요된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마약전담 수사관 한 사람이 맡는 사건이 지난해 70건에 달했다. 2018년 48건 대비 50% 가까이 늘어난 수준으로, 같은 기간 수사관 정원이 단 2명 증원된 점을 감안하면 업무부담은 커졌다.

마약 피의자들과 고난도 수싸움을 매번 벌여야 하는 것도 일선 수사관들을 지치게 한다. 마약 재범률이 40%를 넘다 보니 검찰청을 '제집 드나들듯' 하는 피의자들은 어느덧 반(半) 수사관이 된다. 자신이 어떻게 진술해야 빠져나가거나 형을 가볍게 살 수 있는지 법적 요건을 잘 알다 보니 초보 티를 내는 수사관을 농락하는 경우도 잦다고 한다. 수사관들은 현장근무 만큼이나 피의자 조사에 심적 부담을 갖는다.

현장 잠복근무에 야근과 주말근무도 잦지만 검찰 수사관들은 현업직이 아닌 일방행정직으로 분류돼 하루 초과수당도 최대 4시간만 인정된다. 경찰, 소방, 교정 등 현업직 공무원들이 초과시간을 모두 수당으로 인정받는 것과 대조적이다. 열악한 근무환경에 수당마저 제한되다 보니 일부 신규직원들이 사표를 내고 법원 직렬 공무원으로 다시 시험을 치는 경우도 있다. 검찰의 마약수사 역량에도 지장이 생길 수밖에 없다.

검찰 관계자는 "가끔은 마약수사를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계속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며 "지금의 인력과 예산으론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마약 사건들을 다 수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준영 기자 ch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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