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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0 (일)

이슈 로봇이 온다

‘33조 공모청약 흥행’ 잘나가는 로봇기업과 인류의 이면[박동흠의 생활 속 회계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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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기업공개(IPO) 최대어인 두산로보틱스가 성공적으로 공모주 청약 절차를 마무리했다. 1620만주를 발행하며 4212억원을 모집한 이번 IPO에 1920곳의 기관투자가가 몰렸고 개인투자자들도 33조원의 증거금을 납입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두산로보틱스는 5일 상장할 예정인데 흥행했던 만큼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공모주 투자자를 위해 투자설명서를 읽어보고 분석 글을 블로그에 공유해왔던 필자 역시 이 회사의 성장성에 대한 기대가 매우 크다. 하지만 인류의 어두운 미래를 엿보게 되어서 그런지 씁쓸하기도 했다. 아직은 로봇의 사람 대체율이 낮은 편이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상당히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두산로보틱스는 2022년 매출 449억원을 달성했지만 아직 흑자 전환을 하지 못했다. 이런 이익 미실현 기업들이 상장을 위해 공모가액을 결정할 때는 향후 미래 손익을 추정해서 기업가치를 매겨야 한다. 회사는 투자설명서에서 2023년 매출액은 670억원 정도에 그치겠지만 로봇이 상용화되는 2026년에는 4673억원, 2027년에는 766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 근거를 보면 이미 상용화된 무인 카페와 치킨, 튀김점, 박스 적재 및 이동 분야에서 로봇팔과 솔루션의 매출액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무인 자동화가 필요한 사업장에서 일시불로 로봇 몇대를 사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어 렌털 시장 또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카페, 치킨집, 식당 등을 운영하는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직원을 채용하는 것보다 이런 로봇을 빌려 쓰는 것이 나은 결정일 수 있다. 인건비는 매출 증감에 관계없이 기본적으로 발생하는 고정비인데 급여 외에 4대 보험까지 가입해야 하기 때문에 요즘처럼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또한 요리사를 고용해야 하는 식당에서는 감정과 주관적인 판단이 배제된 로봇이 음식을 만들면 정해진 레시피로 일관된 맛을 낸다는 이점이 있고, 일할 사람을 구하기 힘든 지방의 식당들은 서빙 로봇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소상공인은 로봇 활용이 반가울 수 있지만 반대로 해당 직군에 속한 사람들은 일자리가 크게 위협받게 된다. 또한 바리스타나 조리사를 양성하는 교육기관과 관련 서적을 만드는 출판사 등도 같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해당 직종을 목표로 공부했던 많은 취업준비생은 산업의 급격한 변화로 혼돈에 빠질 수 있다.

산업현장에서 사람이 지게차를 조작해 박스를 적재하거나 이동해온 일도 로봇으로 대체되고 있는 상태로 향후 이들 일자리가 상당 부분 잠식될 것이라고 한다. 경영진 입장에서는 로봇을 밤새워 돌려도 추가 비용이 크게 발생하지 않을 테니 손익 측면상 더없이 좋겠지만 이 업계 노동자들은 생계가 위태로워질 수 있고 관련된 모든 산업이 위축될 것이다.

로봇과 인공지능(AI)이 발전할수록 사람의 일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첨단 산업 성장을 막을 수도 없으니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임에는 분명하다. 가까운 미래에 많은 일자리가 없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사회적으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인류를 편하게 하기 위해 개발된 로봇과 AI가 우리 생계를 위협해서는 안 될 테니 학교 교육과정과 재취업 프로그램부터 재편해야 할 것이다. 서둘러 준비하지 않으면 늦는다. 인류에게 이 문제는 너무 절박하다.

경향신문

박동흠 회계사


박동흠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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