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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연금과 보험

기후변화가 흔드는 보험시장…보험사의 보험 '재보험'에 줄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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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해 9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산불이 주택가 인근으로 번지는 모습. 브레이크스루 연구소에 따르면 기후 변화로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극심한 산불 발생 위험이 25% 증가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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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곳곳에서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지자 ‘보험사들의 보험’인 재보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이는 재보험료율 상승으로 연결돼, 소규모 보험사들의 재무건전성에도 빨간불이 커졌다.

보험이 개인이나 기업의 손실을 보상해주는 제도라면, 재보험(reinsurance)은 보험사가 예상치 못한 손실을 입는 상황을 대비한다. 보험사가 재보험사에 보험료 일부를 떼주는 대신 위험을 분산해 일정 수준 이상의 손실을 보전하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국에선 코리안리와 외국사(스위스리‧스코리 등) 지점 8개사가 전업으로 재보험 사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기록적인 폭우와 태풍으로 침수차 피해가 급증했지만 손해보험사들의 실제 손해액이 약 400억원에 불과한 것도 재보험사가 손실을 보전해준 영향이 컸다. 당시 금감원은 “손보사들의 재보험 가입으로 손해액이 피해액의 28.2% 수준에 그쳤다”고 했다.

반대로 재보험사 비용 부담은 커지는 추세다. 지난해 전업 재보험사 보험 손익은 전년(153억원)보다 93억원 줄어든 60억원을 기록했다. 태풍 힌남노 등으로 인해 일반손해보험 보험금이 많이 늘어나면서다. 지난해 국내 보험사가 자연재해로 지급한 보험금이 1조2559억원으로 2017년(3947억)에 비해 규모가 커진 상황을 고려하면, 보험사의 재보험 수요는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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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디자이너


한국만의 상황은 아니다. 스위스리 분석에 따르면 전 세계 자연재해로 인한 보험손실은 지난 30년간 크게 증가했다. 2022년 1252억 달러(약 166조2700억원)로 1992년 500억 달러에서 2.5배로 늘어난 것이다. 이는 재보험료 인상으로 연결됐다. 지난해 무디스가 재보험 구매자, 즉 출재사를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0%가 보험료율이 최소 7.5%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설문조사 이후 무디스는 2023년 1월 1일 갱신된 재보험을 중심으로 실제 요율이 얼마나 올랐는지 평균낸 뒤 "7.5%보다 훨씬 웃도는 수준”이라고 했다.

최근 4년간 기록적인 자연재해를 겪었던 오세아니아에선 보험시장 구조가 변화하는 조짐까지 보인다. 재보험 의존도가 높았던 소규모 보험회사들이 높아지는 요율을 버티지 못하고 흔들리면서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호주와 뉴질랜드의 재보험회사는 비교적 발생 빈도가 높고 위험 모델 측정이 어려운 산불‧해일‧홍수와 같은 2차 피해에 대한 담보 제공을 꺼리는 상태다. 또 재보험사가 손실을 흡수할 기준점을 높이는 등 보장 범위 구조를 변경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장윤미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재보험 갱신 시기인 지난 7월에 보험회사들이 재보험 수요를 늘렸지만 희망 수준의 갱신 조건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자연재해 리스크가 큰 지역에선 보험사가 아예 철수하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올해 캘리포니아에선 산불로 큰 손실을 본 주택보험사 스테이트팜, 파머스 등이 재보험료 인상 등을 버티지 못하고 신계약 체결을 중단하기 시작했다. 기후 변화로 산불이 잦아지고 피해 규모도 갈수록 커지면서다.

이처럼 이상기후가 보험사에 손해를 입히는 리스크 요인으로 자리 잡으면서 해외에선 생태계 보전 활동에 선제적으로 나서는 보험사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지난 3월 미국 대형 손해보험사 처브그룹은 자연 보호 구역 등에서 진행되는 석유‧가스 추출 프로젝트에 대한 보험 인수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스위스리는 허리케인으로 인한 카리브해 산호초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최근 '지수 보험'을 출시하기도 했다. 100노트 이상의 풍속이 기록되면 보험금 최대 380만 달러를 제공하는데, 손해 증빙·측정 과정이 간단해져 피해 복구가 빠르게 이뤄진다는 장점이 있다. 한상용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보험회사들도 국제적 논의와 해외 사례 등을 참고해 생물 다양성 보전을 위해 적극적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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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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