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인터넷중독 청소년 상담 18만명
“사생활 침해” 등 반발에 학교선 방치
현장선 무방비…부모 폭행에 온라인 도박도
[헤럴드경제=박혜원·신현주 기자] #.“선생님, 이거 사생활 침해인 거 모르세요?” 경기도 소재 한 초등학교 교사 최모(25)씨는 최근 수업시간 도중 휴대폰을 사용한 학생을 제지하려다 이같은 말을 들었다. “사생활 침해도 아동학대다. 엄마에게 말하겠다”는 말에 최씨는 조치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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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사이 ‘인터넷중독’ 문제가 무방비 상태에 놓였다. 스마트폰이나 게임중독 문제뿐 아니라 최근엔 온라인 도박에 발을 들이는 청소년까지 늘었지만 정작 학교 일선에선 사실상 방치 상태다. 학생들의 수업중 휴대폰 사용과 게임은 교권을 침해할 여지가 큰데도 아동학대라며 맞서 항의하는 학부모들의 반발이 두려워 개입을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인터넷중독 문제로 관련 기관을 방문하는 청소년들은 수년 새 실제 크게 늘었다. 00일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이 여성가족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7곳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 접수된 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 상담은 18만8518건에 달했다. 5년 전인 2018년(14만8458건) 대비 약 27% 늘어난 수치다. 연도별로 보면 ▷2019년 16만552건 ▷2020년 11만7370건 ▷2021년 16만2126건이 접수됐다.
청소년 인터넷중독 문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 비대면 수업의 부작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성진 삼육대 상담심리학과(창동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 운영위원장) 교수는 “코로나19 기간 청소년 인터넷 사용량이 크게 늘어난 가운데 자극적 콘텐츠를 접하는 시간도 늘면서 중독 문제가 심화했다”고 진단했다.
이 문제를 가장 가까이에서 체감하는 학교 일선에선 정작 개입이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관련 문제를 교육하려다 오히려 학부모 민원을 받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간섭을 최소화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상담센터에 접수된 수치는 현실의 극히 일부일 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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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소재 한 초등학교 교사 김모(30)씨는 “휴대폰 사용이 길고, 수업시간엔 내내 잠을 자는 아이가 있어 학부모에 중독치료를 권유했다 ‘우리 애가 어디가 부족해서 그러느냐’는 반응을 들은 후 추가 조치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털어놨다. 인천의 초등학교 교사 황모씨 역시 “복도에 모여 게임을 하던 학생들에게 소리를 줄여달라는 말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교사를 노려보거나, 욕설을 내뱉는 학생도 많지만 무리하게 개입했다 학부모 민원을 받는 일이 흔해 상담센터 연계는 일찍이 포기했다”고 했다.
제때 인터넷중독 예방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증세가 심화된 끝에야 상담센터를 찾는 경우도 많다. 한 상담센터 사례에 따르면 중학교 1학년 B군 부모는 하루 10시간 이상 게임을 하는 자녀를 1년여간 지켜만 보다 최근 들어서야 컴퓨터 마우스를 숨기는 등 조치를 했다. 그러나 B군은 반항 끝에 어머니의 목을 조르기에 이르렀다. 중학생 C군은 어머니가 휴대폰을 빼앗자 자해를 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을 매개로 범죄에 빠지는 청소년도 적지 않다. 특히 최근에는 온라인 도박을 접해 중독까지 이어지는 청소년 사례가 급증했다. 중학교 3학년 D군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접한 스포츠 토토 광고를 시작으로, 카지노 게임의 일종인 바카라까지 손을 뻗었다. 도박 자금을 마련하려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기 시작한 C군의 빚은 1000여만원에 달했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에 따르면 2021년 불법도박 문제로 상담을 받은 청소년은 1242건으로, 7년 만에 14배 늘었다. 한 도박중독 치료 센터 소장은 “코로나19 전후를 비교하면 도박중독 치료를 받는 청소년이 3배는 늘었다”며 “청소년들끼리 자금 마련을 위해 빚을 지면서 그 규모가 수천만 원에 달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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