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축 받으며 나오는 이재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새벽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은 이 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 뒤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백현동·대북송금·위증교사 혐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법원 결정에 대해 검찰은 27일 '법원의 논리를 이해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 체제하에서 조금씩 고조된 사법부와 검찰 간 갈등이 이번 결정을 계기로 정점을 찍는 분위기다.
27일 새벽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배임)·제3자 뇌물·증거인멸 등 혐의와 관련해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범죄 혐의 상당 부분에 대해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야권은 주요 혐의를 소명조차 하지 못한 수준의 수사 결과를 가지고 제1야당 대표를 구속하려 했다고 검찰을 공격하고 있다. 검찰은 2021년 9월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 수사를 시작으로 위례신도시 특혜 개발, 성남FC 제3자 뇌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이 대표를 수사·기소했고 이번에 백현동 등 세 가지 혐의로 추가 기소를 눈앞에 둔 상황이다.
백현동 등 세 가지 사건에서 법원이 인정한 혐의 소명 정도는 위증교사, 백현동, 대북송금 순이다. 법원은 쌍방울 대북송금에 대해선 "핵심 관련자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진술을 비롯한 현재까지 관련 자료에 의거할 때 피의자의 인식이나 공모 여부, 관여 정도 등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보인다"고 했다. 범죄 성립 자체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백현동 의혹에 대해서도 "성남도시개발공사의 (백현동 개발) 사업 참여 배제 부분은 피의자의 관여가 있었다고 볼 만한 상당한 의심이 들기는 한다"면서도 "직접 증거가 부족한 시점에서 피의자의 방어권이 배척될 정도에 이른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법원은 이 대표가 2018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을 때 고 김병량 전 성남시장 수행비서 김 모씨에게 위증을 교사한 혐의에 대해서만 "혐의가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해당 재판은 이 대표가 2002년 변호사 신분으로 최철호 KBS PD와 짜고 분당 파크뷰 특혜 분양 사건 취재 당시 검사로 사칭한 사건과 관련한 것이다. 이 사건은 백현동, 대북송금 사건에 비해 비중이 작다.
법원은 검찰의 증거인멸 염려 주장도 대부분 인정하지 않았다. 백현동과 위증교사 혐의에 대해선 이미 압수수색과 참고인 조사가 이뤄진 상태임을 들어 증거인멸 여지가 없다고 봤다. 대북송금의 경우 이 전 부지사 진술과 관련해 박찬대 민주당 최고위원 등 이 대표 주변 인물에 의한 부적절한 개입을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음은 인정했으나 이 대표의 직접 개입을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법무부와 검찰은 격앙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출근길에 "구속영장 결정은 범죄 수사를 위한 중간 과정일 뿐"이라며 "(영장기각이) 죄가 없다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야권을 중심으로 한 '무리한 수사' 비판에 대해선 "체포동의안 설명 때도 말씀을 드렸듯이 관련 사안으로 21명이 구속됐다"며 "무리한 수사라는 말에 동의하시는 국민들이 얼마나 계실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원석 검찰총장도 "범죄 혐의 입증과 소명에 대해서는 인정을 하고서도 정당 대표라는 지위 때문에 방어권을 보장해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법원의 잣대에 물음표를 던졌다.
검찰 핵심 관계자는 "법원은 백현동 의혹에 이 대표가 개입했다는 직접 증거가 없다고 적시했는데 이는 '기각이라는 결론에 맞춘 수사적 표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식품연구원 용지) 용도 변경,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업 배제 특혜 등을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직접 결재한 것이 확인되고 특혜를 줬다는 담당 공무원 법정 증언도 있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 정도 증거라면 다른 사건에선 영장이 발부되고도 남는다"며 기각 결정의 '정치적 배경'을 의심했다.
검찰의 거친 공격을 불쾌해하는 법원 쪽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현직 판사는 "위증교사는 인정하고 증거인멸 의혹은 부인했다며 '모순'이라고 검찰이 주장하는데, 범죄 혐의 소명과 증거인멸 염려는 다른 영역의 판단 부분이라 이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뒤 추가 수사를 통해 영장 재청구를 포함한 수사 방향을 정할 예정이다. 다만 영장 재청구 가능성이 그렇게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 앞서 검찰은 '민주당 돈봉투 전당대회' 사건과 관련해 윤관석·이성만 무소속 의원에 대해 한 차례 영장청구를 한 뒤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로 부결되자 추가 수사 후 비회기 기간에 재청구해 윤 의원을 구속시킨 사례가 있다. 그러나 제1야당 대표에 대해 또 한 번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 자체로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다.
검찰 관계자는 "구속은 수사의 한 방법일 뿐 수사가 종결된 게 아니므로 구속 여부와 상관없이 혐의 입증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윤식 기자 / 안정훈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