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 영유권 갈등 고조
필리핀 해양경비대가 공개한 동영상. 잠수부가 중국이 남중국해 스카버러암초에 설치한 부유식 장벽을 유지하고 있던 밧줄을 자르고 있다.[AP통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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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필리핀 해양경비대 소속 다이버가 칼을 사용해 중국이 며칠 전 스카버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에 설치한 부유식 장벽을 절단하며 역대 중국의 영토 도발에 대한 필리핀의 가장 강력한 맞대응을 보였다. 필리핀의 이같은 대처에는 미국의 지지가 뒷받침 됐을 것이란 해석이 뒤따르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전날 필리핀이 지난 22일 중국이 필리핀과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지역에 설치한 부유식 장벽을 해체했다고 전했다.
필리핀 해양경비대는 이어진 성명을 통해 “이 장벽은 항해에 위험을 초래했으며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밧줄 절단 조치는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의 직접적인 명령에 따라 이뤄졌다고도 덧붙였다.
필리핀이 밧줄의 고정용 닻까지 들어 올리자 중국은 일단은 부유식 장벽을 회수해갔다. 중국은 그러면서 “우리는 필리핀에 도발이나 문제를 일으키지 말라고 조언한다”고 경고를 날렸다.
지난해 6월 취임한 마르코스 대통령은 전임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과 달리 중국에 대해 보다 강력한 외교 정책 접근 방식을 취해왔다.
지금까지는 대부분 수사적 표현, 미국 및 기타 국가와의 동맹 심화, 필리핀 선박에 대한 중국 해안경비대의 공격적인 활동 영상 공개에 국한되어 있었다.
하지만 금번에는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며 중국의 영토 도발에 더욱 강력하게 저항하고 있는 것이다.
전직 군 장교였던 송종핑 중국 군사 평론가는 “미국이 필리핀이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대결하도록 계속 장려하고 있기 때문에 필리핀이 장벽을 허무는 데 용기를 얻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이번 스카버러 암초 장벽 설치는 당사국인 필리핀을 비롯해 미국과 다른 아시아 국가들을 긴장시켰다. 미국은 중국의 남중국해에서의 군사력 증강과 해안경비대 및 해상 민병대의 점점 더 잦아지는 공격적인 행동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이 필리핀에 군사적 행동을 취할 가능성은 낮다고 예상한다.
빌라하리 카우시칸 전 싱가포르 외무부 대사는 “중국은 미국과의 대결을 선택해 문제를 가중시키지 않고도 국내의 충분한 문제를 떠안고 있다”면서 “필리핀이 장벽을 제거한 것은 잘한 일이다. 가만히 뒀으면 중국은 경계를 더욱 확장하려는 유혹을 받았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필리핀 전 대법원 부판사이자 남중국해 전문가인 안토니오 카피오는 “하지만 우크라이나와 남중국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정확히 동일하기 때문에 국제사회는 남중국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더 광범위하게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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