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서류를 떼지 않아도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을 온라인 등으로 신청해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실손보험 전산화(이하 실손전산화)가 마지막 암초를 만났다. 본 회의에 상정됐지만 정치적 이슈로 국회가 얼어붙으면서 제동이 걸렸다. 여야 냉전이 길어지면 어렵게 진행된 실손전산화 법안이 폐기 수순까지 갈 수 있다는 우려가 보험업계 일각에서 제기된다.
금융소비자연맹·소비자와함께 등이 포함된 한국소비자단체연합은 26일 입장문을 통해 실손전산화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소비자단체연합은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 끝에 법제화의 기회가 마련된 만큼 제도적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국회는 노력해 주길 바란다"며 "불필요한 정쟁이나 다른 이유로 인해 중요한 민생법안 처리가 미뤄져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실손전산화는 실손보험금 신청을 전문 중계기관에 위탁해 청구 과정을 전산화하는 내용이다. 최종 통과하면 그동안 종이 서류 등을 준비하기 귀찮아서 신청하지 않았던 소액의 실손보험금 청구가 활성화될 수 있다.
실손전산화 시행에 대한 요청이 그동안 지속됐고, 국민권익위원회도 2009년 법 개정을 권고했지만 현실화 되지 못했다. 의료계의 반대가 컸다. 환자 데이터가 보험사에 노출돼 가입 거절 이유가 되거나, 보험사들이 진료 코드 통일 등을 요구하며 진료행위를 통제할 수 있다는 논리를 들었다.
의료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민적 요구와 시대적 흐름이 반영돼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됐다.
당초 지난 21일 통과가 유력했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서 여야 관계가 냉각, 본회의가 진행 중간에 산회됐다. 향후 본회의 일정도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보험업계는 최악의 경우도 우려한다. 이미 25일로 예상한 본회의도 무산됐다. 국정감사 전인 10월초 본회의 일정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국감 후 11월 초중순쯤에도 본회의가 가능하지만 분위기가 반전될 것이란 보장이 없다. 자칫 해를 넘기게 되면 총선 정국과 맞물려 여야 국회의원들이 정책에서 관심을 두지 않을 수도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그럴 가능성은 적지만 이번 21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면 22대 국회에 법안 발의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국회 통과가 늦어질수록 실손전산화 시행도 늦어지는 것이어서 조속한 처리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세관 기자 s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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