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동맹 70년, 번영을 위한 동맹]
美 심사위원이 가수들 등급 매겨
대중음악 인재 몰린 ‘꿈의 무대’
미 8군 무대 출신 가수들. 왼쪽부터 현미, 패티김, 조용필, 신중현. /조선일보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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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중음악계가 미8군 무대에서 얻은 가장 큰 수혜는 단연 ‘1세대 음악 영재들의 발굴’이다. 현미, 패티김, 신중현, 윤복희, 조용필…. 미8군 무대에 섰던 음악인들은 한국 대중음악사에 큰 획을 그은 스타로 성장했다. 지금은 연예기획사가 연습생 시스템을 갖추고 영재를 뽑아 스타로 키우지만 1950년대엔 미8군 클럽이 대중음악 인재를 배출하는 유일한 무대였다. 최규성 음악평론가는 “제대로 노래 부를 무대가 없던 당시 미8군 클럽은 아티스트로 대접받는 유일한 공간이었고, 당대 전국의 음악 인재들이 앞다퉈 몰려들었다”고 말했다.
요즘 같은 치열한 경쟁 오디션 체제를 갖춘 것도 미8군 쇼가 스타 음악인을 많이 배출한 비결이었다. 미8군 쇼 출연 가수들은 분기별로 용산 미국공보원(USIS)이 주최한 공개 오디션에서 주한미군 측 전문 심사위원들의 눈을 통과해야 무대에 설 수 있었다. 심사위원은 대부분 미국 음대를 졸업한 성악·기악 전공자들이었다. 노래 실력뿐만 아니라 ‘댄스’ ‘의상’ ‘조명’ ‘무대 매너’ ‘코러스와의 조화’ ‘영어 발음’ 등을 꼼꼼히 따졌다. 이 오디션으로 가수들에겐 AA, A, B, C 등급이 주어졌고 급여도 차등 지급됐다.
미8군 무대는 계급 사회인 군대 내 클럽인 만큼 관객 신분에 따라 선호하는 음악 장르가 달랐다. 장교들이 모이는 ‘오피서스(Officers) 클럽’에선 우아하게 부르는 스탠더드 팝이 인기였다. 현미, 패티김, 최희준 등이 정장과 드레스 차림으로 무대에 올랐다. 하사관(부사관)용 ‘NCO 클럽’은 주로 춤추기 좋은 밴드 음악이나 백인 중심 컨트리 음악이 유행을 이끌었다. ‘한국의 비틀스’로 불렸던 키보이스, 포크 장르로 활약한 서수남 등이 이 클럽의 단골 스타였다. 흑인 출신이 많았던 병사용 ‘EM 클럽’에선 솔과 록 음악, 알앤드비 등이 대세였다. 미군들 사이에서 ‘재키 신’으로 명성을 떨쳤던 한국 록의 대부 신중현, 노래 ‘봄비’의 흥행으로 한국 최초의 솔 가수로 꼽힌 박인수, 조용필이 속했던 그룹 ‘앳킨스’와 ‘화이브핑거스’ 등이 병사들을 열광케 했다.
미8군 측은 최신 악기와 무용수 등을 아낌없이 지원했다. 실험적인 쇼 형태를 선보이는 스타들도 등장했다. ‘국내 최초의 댄스 가수’로 불린 이금희, K팝 걸그룹의 원형으로 꼽히는 ‘이시스터즈’ ‘김시스터즈’ ‘펄시스터즈’ 같은 여성 그룹과 ‘코리안키튼즈’ 윤복희가 활약했다. K팝 한류의 원형이 사실상 미8군 쇼에서 태동했던 것이다. 가수 서수남은 “미8군 무대에서 다양한 장르를 경험한 가수들이 이후 한국 음악을 다양하고 풍요롭게 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말했다.
[윤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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