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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신체 온전하길 바라” 기차 세워…‘목숨 건 탈출’ 벌어지는 이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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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철도 운행 일시 중단
미국 접경지 가는 화물차 대상
중남미 국가서 이주민 몰리며
열차 추락·인신매매 늘어난탓


매일경제

미국을 향하는 중남미 이주민들이 화물 열차에 올라 탄 모습 /사진=페로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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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이주 물결 탓에 골머리를 앓던 ‘미국 접경국’ 멕시코에서 철도 업체들이 연달아 화물 열차 운행을 일시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남미 베네수엘라와 중미 3국(과테말라·온두라스·엘살바도르)을 탈출해 미국을 향하는 이주민들이 화물 열차에 올라 탔다가 떨어져 죽는 등 끔찍한 사고가 잇들아 일어난 탓에 나온 조치다. 시민들의 엑소더스(대탈출)가 이어지는 가운데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나는 화웨이 스미트폰 매니아’라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만나 “중국과 역사상 최고의 전천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선언하며 방중 성과 홍보에 나섰다.

멕시코 철도회사인 페로멕스는 20일(이하 현지시간) “미국행 이주민 급증으로 후아레스 등 미국·멕시코 접경지 운행 화물 철도 운행을 일시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페로멕스 측은 “이주민들의 열차 잠입 탓에 열차가 제대로 정차를 하지 못하거나 이주민들이 신호를 조작해 열차를 멈추는 문제가 있다”면서 “여기에 이주민 인신 매매단까지 개입해 문제가 복잡해졌다”고 토로했다. 이어 업체는 “이주민들의 신체가 온전하길 바라기 때문에 접경지로 향하는 노선 운행을 중단하는 측면도 있으며 운행 중단으로 인해 발생하는 운송·공급 상 차질에 대해서는 고객사에 이미 해명해둔 상태”라고 밝혔다. 이번 결정에 따라 멈춰 선 운송량은 화물 트럭 1800대 분량이다. 운송 물품은 주로 곡물과 광물인데 이는 이주민들이 암암리에 탑승해도 적발하기 어려운 품목들이다.

같은 날 멕시코 국립이민청은 “중부·북부 주 일부 지역에 검문소를 설치해 중미·남미 이주민 유입을 제한할 것이며 철도 노선을 따라 더 많은 검문 요원을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민 당국은 지난 주말 멕시코 외무부와 보안당국,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과 회동해 대책을 논의한 바 있다. 논의에 따라 CBP도 이번 주들어 멕시코 후아레즈시와 텍사스 엘파소를 연결하는 도로를 일시 폐괘하기도 했다.

앞서 하루 전인 19일 저녁에는 멕시코 내 대형 광업·운송업체인 그루포메히코도 “미국을 향하는 베네수엘라와 중미 출신 이민자들이 집중적으로 올라타는 북행 노선 화물 열차 60대 운행을 일시 정지한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이달 들어 멕시코에서는 중미3국과 베네수엘라 출신 미국행 이주민들의 멕시코 열차 잠입이 늘면서 벌어진 사건 사고가 빈발해 눈길을 끌어왔다. 열차 추락으로 인한 신체 절단 등 부상과 이로 인한 사망, 갑작스런 출산, 미성년자 실종과 이산 가족 문제가 대표적이다.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자 멕시코 정부 당국은 지난 19일 철도 업체 경영진을 불러 모아 화물 열차 운행 일시 중단을 논의했다고 현지 언론 엘 우니베르살은 전했다. 앞서 멕시코 이민 당국은 올해 3월 남부 지역에 기반한 그루포메히코와 페로멕스를 비롯해 페로수르 등과 회동 후 이들 철도 업체들의 북행 화물 열차 운행을 일시 중단한 바 있다.

다만 같은 날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MLO·암로) 멕시코 대통령은 “열차 운행이 다시 시작될 것”이라는 혼란스러운 언급을 냈다. 암로 대통령은 “페로멕스의 자체 결정과 달리 우리는 기차가 아니라 이주민을 걱정하는 차원”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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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에서 중미로 이어지는 파나마 다리엔 갭을 건너는 이주민들/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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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멕시코에는 미국행 중남미 이주민들이 다시 몰려 들고 있다. 이들 중 다수는 남미 콜롬비아와 파나마를 잇는 정글로 뒤덮힌 다리엔 갭(Darien Gap)을 건너는 경로로 멕시코에 도착한 후, 열차를 타고 미국 접경지를 향하는 식이다. 최근 알리시아 바르세나 멕시코 외무부 장관은 “중남미 이주민이 매일 약 3000명씩 다리엔 갭을 건너며, 이들이 중미에 도달하면 중미 이주민까지 합쳐져 수가 6000명으로 두 배 불어나고 이들이 다시 미국·멕시코 접경지를 향하는 과정에서 8000명으로 증가하는 식”이라고 토로했다. 파나마 정부 추산에 따르면 지난 7월과 8월 두 달 간 미국을 향하는 이주민 약 12만8000명이 다리엔 갭을 건넜다. 올해 1~8월 동안 파나마를 통과한 미국행 이주민 수는 32만4000명으로, 2022년 한 해(24만8000명) 대비 급증한 상태다. 멕시코에서 불법으로 강을 건너 미국을 향하는 경우도 빠르게 늘면서 미국 국경 수비대는 지난 8월 한달에만 불법 이주민 18만2000명을 체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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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중순 중국을 방문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화웨이의 메이트 X3를 들어보이고 있다/사진=환구시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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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이 서둘러 나라를 빠져나가는 가운데 이달 중순 중국을 국빈 방문한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대통령은 이달 13일 시 주석을 만나 양국 간 전천후 전략 동반자관계를 맺었다. 베네수엘라는 지난 해 6월 ‘경제특구조직법’에 근거해 경제 특구 조성에 나섰지만 대부분은 중국 기업들이 투자에 나선 것이다. 올해 상반기 양 국간 화물 무역 규모는 19억18000만달러로 작년 동기대비 16% 늘었지만 베네수엘라 시민들은 앞다퉈 나라를 탈출하고 있다.

한편 지난 달 말 중미 국가 과테말라에서는 친중파로 분류되는 좌파 성향인 ‘풀뿌리운동’ 소속 베르나르도 아레발로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이에 따라 과테말라는 대만과 외교 관계를 끊고 본격적으로 친중 노선으로 선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바 있다. 앞서 2021년 말 온두라스에서는 ‘대만 단교·중국 수교’를 공약으로 내건 시오마라 카스트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중미·카리브해 지역 ‘친중 도미노’ 외교 전선이 주목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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