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글로벌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높아진 이유가 크다.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지난 7월부터 시작한 하루 100만 배럴 자발적 감산을 12월까지 연장하기로 선언한 이후 국제유가는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러시아까지 연말까지 원유 수출을 하루 30만 배럴 줄이기로 하면서 감산에 동참했다.
신재민 기자 |
중국의 부진한 수요가 공급 부족을 상쇄할 것이란 예상이 나왔지만, 최근 발표된 중국 경제 지표가 기대를 꺾었다. 8월 기준 중국 산업생산과 소비지출이 시장 전망치를 훌쩍 웃돌면서 원유 수급 우려는 확산하고 있다.
KCM트레이드의 팀 워터러 연구원은 “중국의 거시 경제 지표 중 일부서 회복 조짐이 보이면서 유가가 상승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기술적 지표들이 약간 과도하게 움직인 것으로 보이지만, 공급 측면에서 감산 지속은 당분간 유가의 하방 움직임을 제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초 부진이 예상됐던 미국 경제가 양호한 경제 지표를 보이는 점도 석유 수요 확대 전망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씨티그룹·뱅크오브아메리카·USB 등 주요 투자은행(IB)은 유가가 올해 안에 심리적 저항선인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하고 있다.
현재의 국제 유가 상승세가 일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씨티그룹은 “국제유가가 잠시 100달러 이상에서 거래될 수 있다”면서도 “석유수출국기구(OPEC) 이외의 국가인 미국과 브라질 등에서 공급이 늘어날 수 있고 이는 현재의 공급 부족을 완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정유 업계와 석유화학 업계에선 희비가 갈린다. 정유 4사는 주요한 수익 지표인 정제마진이 개선되면서 ‘불행 중 다행’이라는 분위기다. 중국산 저가 제품의 글로벌 공세 속에 적자 행진을 이어가는 석화 업계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 평균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16.8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6월 이후 최고치다. 정유사의 수익성과 직결되는 정제마진은 통상 배럴당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정제마진은 지난달부터 배럴당 10달러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들여왔던 원유를 정제해 팔아 이익을 낼 수 있게 되면서 정유사는 ‘이제야 숨통이 트였다’는 분위기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등 주요 정유사는 3분기 ‘어닝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반면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둔화와 값싼 중국산 석유화학 제품 가격이 쏟아진 가운데 제품 원료인 유가마저 폭등하며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업계의 대표 수익성 지표로 꼽히는 에틸렌 스프레드(마진)는 지난 5월부터 추락세다. 상반기 t당 200달러 수준이던 에틸렌 스프레드는 최근엔 137달러까지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손익분기점을 t당 300달러 수준으로 본다.
더욱이 코로나19 기간 중 중국 업체가 범용(기초) 석유화학 제품을 중심으로 자립화에 성공하면서 국내 기업의 설 자리가 좁아졌다. 중국 업체가 러시아산 원유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사들인 뒤 범용 석유화학 제품을 쏟아내며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정유 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정유사 입장에서도 유가 급등은 ‘반짝 특수’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서지원·이희권 기자 seo.jiw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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