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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시위와 파업

“80세에 대구까지 서서 간다” 철도파업에 입석표 들고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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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파업 첫날 200여편 멈춰서

온라인 발권 서툰 노인들 발동동

“역 도착해서야 열차 취소 알아”

조선일보

전국철도노동조합이 14일 오전 9시부터 18일 오전 9시까지 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열차가 감축 운행에 들어가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서울역 전광판에 열차 운행 취소 알림이 게시되고 있다./이태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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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이 4일간의 총파업에 돌입한 첫날인 14일 전국적으로 200여 편의 열차가 운행을 중단하고 서울 지하철 1·3·4호선이 감축 운행하면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이날 오전 10시쯤 서울역 대합실 안내 데스크 앞에는 20여 명의 시민들이 열차표를 구하기 위해 줄을 서 있었다. 모바일 승차권 예약 등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이 대부분이었다. 대구에 사는 이모(81)씨는 “오전 10시 11분 KTX를 예매했는데 역에 도착해서야 열차편이 취소된 것을 알았다”며 “급한 대로 구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새마을호를 예매했는데 이마저도 입석표”라고 했다. 그는 “80대 노인이 동대구역까지 서서 가야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중구에 사는 최호식(71)씨는 “급하게 구미로 내려갈 일이 생겨 서울역에 왔는데, 자리가 거의 매진돼 너댓 시간 늦은 표를 간신히 구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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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철도노동조합 한시 파업 첫날인 14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수도권 철도차량정비단 인근에 열차가 정차해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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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3명과 서울역을 찾은 대만인 관광객 첸메이후이(27)씨는 ‘철도노조 파업으로 일부 열차 운행이 중지 및 지연되고 있다’는 안내 전광판 아래에서 우왕좌왕했다. 그는 “낮 12시 4분에 서울에서 출발하는 여수행 KTX-산천 열차가 취소됐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며 “역에 와서도 직원들과 말이 통하지 않고 안내방송도 알아들을 수 없어 한참을 헤맸다”고 했다. 첸씨는 “어제 인천공항에 도착해 3박 4일 일정으로 친구들과 한국을 방문해 여수와 순천 등을 여행할 계획을 세워놨는데 일정을 어떻게 바꿔야 할 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열차표를 구입하지 못해 고속버스터미널로 향하는 시민들도 여럿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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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4일 전국 철도노조가 파업에 들어간 가운데 이날 오후 서울 지하철 1호선 신도림역 승강장이 열차를 타려는 승객들로 붐비고 있다. / 장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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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서울 지하철 1호선 일부 구간에선 오전 8시30분부터 열차 지연 운행이 시작됐다. 당초 오전 9시부터 파업을 개시한다고 밝혔지만, 파업에 참가하는 노조원들이 빠져나가면서 열차 운행이 줄어든 탓이다.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서 시청역으로 출근하는 이모(36)씨는 “평소보다 더 일찍 나왔는데 황당하다”며 “내일부터 버스를 이용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운행하는 지하철이 줄어들면서 객차 안은 평소보다 붐볐다. 3호선 홍제역에서 교대역으로 출근하는 김모(38)씨는 “파업을 감안해 오전 10시 넘어 출근하려고 유연 근무를 신청했는데, 평소 출근 시간대만큼 사람이 많았다”고 했다. 지하철 3·7·9호선이 지나는 고속터미널역은 하루종일 승객으로 붐볐다. 이날 오후 1시쯤 에스컬레이터 앞 안전 근무를 하던 한 직원은 “이 시간대에는 승객이 이 정도로 많지 않은데 오늘은 환승객도 끊이지 않는다”고 했다.

[고유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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