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매일 고통 속 사는데…사과 한 번 없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당시 생존 병장은 선두에서 먼저 물에 빠진 다른 동료 병사를 구하려던 도중 채 상병과 함께 급류에 휩쓸려 50m가량을 떠내려가다 구조됐다. A씨는 “지금 상황에 실망감을 넘어 배신감을 느낀다. 함께 생활하며 형제처럼 지낸 채 상병을 잃은 아이들에게 해병대는 지금까지 무엇을 해줬느냐”면서 “임 사단장이 우리 아들들에게 사과할 시점은 지나도 한참 지났다”고 말했다.
생존 병장은 사고 이후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겪고 있다고 했다. A씨는 “휴가 나온 아들과의 대화는 ‘해병대 부심’으로 가득했었다”면서 “그런데 사고 이후에는 ‘친구들에게 해병대 나왔다는 말도 못하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생사의 갈림길에서 돌아온 사고였음에도 아들은 처음 통화에서 ‘엄마, 내가 ○○이를 못 잡았다’며 울었다”면서 “사고 17일 만에 간신히 만난 아들은 하루도 편하게 잠을 못 자고 땀을 뻘뻘 흘리거나 울면서 깬다”고 했다. A씨는 “아들과 투입됐던 대원들 대부분이 아직 전역하기 전이라 두렵고 떨리는 마음”이라며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입대한 우리 아들들을 위해 시선을 모아달라”고 했다.
A씨의 법률대리인 강석민 변호사는 “채 상병 사망이유는 임 사단장의 입수 명령 때문”이라면서 “고발한 피해자도 같은 명령에 따라 물에 들어갔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것이다. 사단장의 과실로 볼 수 있다”고 했다.
A씨와 군인권센터는 사고 이후 임 사단장의 사과가 전혀 없었다고도 했다. 센터는 “임 사단장이 사고 발생 이후로 생존 병장 등 물에 휩쓸렸던 병사들을 한 번도 찾아온 적이 없다고 한다”면서 “급류에 휩쓸렸던 모든 병사는 이 사건의 엄연한 피해자인데도 해병대 1사단은 수사는 고사하고 이들을 피해자로 인식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당초 채 상병 사망 사건 조사를 맡았던 해병대 수사단은 임 사단장 등 8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경북경찰청에 이첩했다. 그러나 사건을 재검토한 국방부 조사본부는 지난달 24일 대대장 2명의 혐의만 적시해 경찰에 넘겼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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