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에 취해 저지른 범죄 작년 214건…검찰 “단순 투약도 엄정 처벌”

마약에 취한 채 주차 시비가 걸린 상대 차주를 흉기로 위협한 뒤 달아난 30대 남성이 인근 음식점 앞에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모습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TV조선

지난해 마약류를 투약한 상태에서 교통사고를 내거나 살인·폭력 등 중범죄를 저질러 붙잡힌 사범이 214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검찰청은 마약류 투약 상태에서 저지르는 살인·폭력 등 2차 범죄가 최근 3년 기준 연평균 200건 이상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약류 투약 사범이 늘어나면서 단순 투약에 그치지 않고 2차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늘어나는 것이다.

마약류에 취해 저지른 범죄 중에는 교통 범죄가 66명으로 가장 많았다. 서울 강남 압구정역 인근에서 약물에 취한 채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다 인도로 돌진해 20대 여성을 뇌사 상태에 빠뜨린 혐의로 지난 6일 구속 기소된 신모(28)씨 사건도 이런 경우다. 신씨는 지난달 2일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피부탄력 개선을 빙자해 미다졸람, 디아제팜 등 향정신성의약품을 2차례 투약하고 수면 마취 상태에서 운전했다. 신씨는 피해 여성(26)을 들이받아 뇌사 등 전치 24주 이상 상해를 입혔지만, 아무 구호조치 없이 도주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1일 서울 강남 논현동에서는 람보르기니 승용차를 주차하다 시비가 붙자 상대방을 흉기로 위협하고 도주한 30대 운전자가 경찰에 붙잡혔는데, 마약 간이 시약 검사에서 필로폰·엑스터시·케타민 등 ‘마약 3종’ 양성반응이 나왔다. CCTV에는 그가 마약에 취해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경련을 일으키면서 넘어지는 모습이 그대로 잡혔다<사진>.

마약 투약 이후 중범죄를 저지른 경우도 있다. 지난해 마약 투약 후 살인·살인미수를 저지른 사범은 4명, 강도·강간을 저지른 사범은 21명이었다. 지난해 10월에는 필로폰을 투약한 50대 남성이 평소 알고 지내던 피해자를 자신의 집으로 불러 도끼로 피해자의 머리를 7회 찍어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대검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남용되는 대표 마약류인 필로폰은 폭력성향·불안·정신착란 등을 넘어 편집증·환청·환각·망상과 같은 정신장애를 일으킨다”고 했다.

마약류를 투약했다가 사망한 사례도 다수 발생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총 69구의 변사체에서 마약류가 검출됐다. 최근 오남용 사례가 증가하는 펜타닐 패치를 태워 연기를 흡입하다 사망한 사례도 1건 있었다.

대검은 단순 투약 사범도 죄질이 나쁜 경우 구속기소하고 초범이라도 원칙적으로 정식재판에 넘기겠다고 밝혔다. 대검 관계자는 “단순 마약류 투약이라도 무고한 국민이 희생되는 2차 범죄로 이어질 위험성이 높은 중범죄이므로 엄정하게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이슬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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