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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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꽈당 넘어지는 대통령… 바이든은 괜찮을까? [UPDATE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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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대선이 1년 넘게 남았지만 미국은 벌써 ‘선거 모드’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국내외 매체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보도가 한창인데요.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는 일이지만 이 선거가 한국의 안보와 정치·경제·사회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우리는 피부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격주로 뉴스레터를 연재하며 지면 제약으로 다루지 못한 대선 관련 심층 뉴스를 전달드리고, 나중에는 선거 시황도 중계해보려 합니다. 앞으로 1년 뉴스레터 구독만으로 대선과 미국 정치의 ‘플러스 알파’를 잘 정리된 형태로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도록 노력해볼게요. 첫 시간인 오늘은 역사상 최고령 현역으로 재선에 도전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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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대통령이 9일(현지 시각)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주요 20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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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 ‘바이든 넘어지다(Biden Fall Down)’라고 검색해봤습니다.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강대국이자 국방비가 1년에 1000조원에 육박한다는 이른바 ‘천조국(千兆國)’의 지도자라는데 웃프게도 바이든은 참 많이 넘어지고 있네요. 2년 전엔 전용기 ‘에어포스 원’에 오르다, 1년 전엔 45번째 결혼기념일을 맞아 찾은 델라웨어주에서 싸이클을 타다, 올해 6월엔 미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연설을 마치고 이동하다 넘어졌습니다. 이외에도 낙상이 부지기수. 바이든이 넘어질 때마다 무수히 많은 영상과 ‘짤’들이 제작돼 수백~수천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소셜미디어(SNS)상의 밈(meme)으로 진화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거기 달린 댓글이 압권입니다. “그는 정말로 견실한 사람(down to earth)이군.”

불경스럽게도(?) 월요일 아침부터 낙상 사고를 언급한 건 1942년생인 ‘최고령 현역 대통령’의 재선 도전을 놓고 우려의 시선이 상당하기 때문입니다. 반세기 넘게 정치권에 있으면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바이든의 경륜과 안정감은 인정하지만 ‘과연 80이 넘은 그가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현안에 순발력 있게 대처할 수 있겠냐’하는 거죠. 바이든이 넘어질 때마다 공화당 지지자들은 “우리는 두 발로 서 있는 지도자를 원한다” “이게 지금 미국의 현실”이라 푸념합니다. “86세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한다는 게 가능하지 않다는 걸 우리 모두 알고 있다”(니키 헤일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고 적나라하게 말하는 야당 후보들도 있습니다. 바이든이 공격받을 수 있는 가장 취약한 포인트가 ‘고령 리스크’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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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대통령이 올해 6월 1일(현지 시각) 콜로라도주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연설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가던 중 넘어졌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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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은 1980년대 들어선 레이건 정부 이후 역대 최소이자 (본인이 그렇게 비판했던) 트럼프보다도 기자회견을 적게 하고 있습니다. 백악관 남쪽 잔디밭 사우스론(South Lawn)에서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이른바 ‘도어 스테핑’이 미국 대통령을 상징하는 장면이자 미덕이었는데 말이죠. 바이든이 횡설수설하거나 말을 더듬고 때론 논란이 될 수 있는 단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참모들이 대본이 없는 질의응답, 시나리오 외 즉흥적 상황으로부터 그를 보호하려 한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미국 대통령의 활동 무대는 전세계인데 곳곳을 누빌 왕성한 체력도 필수!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국 지도자들은 지난주 열린 인도네시아 아세안(ASEAN) 관련 회의와 인도 20국(G20) 정상회의에 ‘세트’로 참석하고 있는데요. 바이든은 인도만 가고 인도네시아에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보내 미국 내에서도 비판이 상당했습니다. 한미정상회담에 관여했던 분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바이든은 일정과 일정 사이에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게 ‘인터벌(interval)’을 넉넉하게 두는 편이라고 하네요.

바이든은 올해 4월 재선 도전을 선언했습니다. 민주당 안에 맞수가 없기도 했고 “트럼프가 진짜로 나오면 대항마는 이미 한번 이겨본 바이든뿐”이라는 진영 내 공감대가 있었거든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선에 성공하면 86세로 대통령직에서 내려오게 되는 바이든을 불안한 눈빛으로 보고 있는 유권자들이 많은 건 사실입니다. AP통신·NORC공공연구소가 지난달 10~14일 미국 성인 남녀 116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77%가 “국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에는 너무 나이가 많다”고 했고요, 이달 2~5일 이코노미스트 조사에선 응답자의 76%가 “고령 정치인에 대한 정신 감정이 필요하다”고 했어요. 여기에 기자회견 도중 말을 멈추고 30초 동안 허공을 응시한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의 ‘얼음 사건’ 이후 미국 정치권의 노쇠한 리더십이 또 다시 논란 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바이든이 “별일이 아니다”라며 동갑내기 야당 대표를 옹호한 장면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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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오른쪽)이 9일(현지 시각) 인도 뉴델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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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절대로 나이가 전부는 아닙니다. 보는 사람과 취향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바이든이 주는 안정감도 트럼프의 변화무쌍함에 비할 것이 아니고요. 요즘 ‘바이든 대 트럼프’ 간 가상 대결을 통해 지지율을 비교하는 분석이 많은데 ‘승자독식’이라는 미 선거 제도 특징을 고려하면 ‘누가 더 많이 득표하냐’ 보다는 ‘누가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5개 경합주에서 이길 것인가’가 더 중요합니다. 이 때문에 바이든은 임기 초부터 철저하게 중산층을 겨냥한 정책과 외교를 구현해온 것이고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우방인 한국·일본·유럽연합(EU) 국가들의 볼멘소리까지 감수해가면서 말입니다. 이런게 7선 상원의원, 8년 부통령 경력에서 오는 관록일까요.

우리 입장에서도 지난 1년 동안 바이든과 윤 대통령이 축적한 ‘케미스트리(유대감)’가 적지 않습니다. 누가 됐든 새로운 얼굴이 등장해 기조가 바뀌면 당장 혼선이 불가피할 것이고요, 한·미·일 협력을 획기적으로 업그레이드한 ‘캠프데이비드 합의’ 같은 것도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화하고 있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결과를 가늠하기 어려운 중국과의 패권 경쟁, 혼란 속에서 이뤄진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 속 많은 유권자가 “미국의 힘이 예전만 하지 못하다”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이럴 때 지도자만큼은 강인하고 카리스마 있으며 조리 있는 레토릭을 구사하기를 원하는데 바이든이 재선에 성공하려면 이런 기대에 어느 정도는 부응해야 할 겁니다. 역대 최고령 현역 대통령, 내년 1월부터 선거 레이스가 본격화하면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하고 공화당 후보들의 짓궂은 공격 앞에 순발력있게 대처할 수 있을까요? 관심을 갖고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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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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