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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현 교수의 글로벌 미디어 이해하기]〈89〉깨진 비즈니스 모델: 변곡점에 선 미디어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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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비즈니스 모델이라 함은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어떻게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어떻게 마케팅하며,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 하는 계획 또는 사업 아이디어'를 뜻한다. 전통적 미디어산업의 비즈니스 모델은 콘텐츠 사업자가 제작된 콘텐츠를 전송사업자를 거쳐 시청자·소비자에게 전달, 그들로부터 '수신료'라 는 콘텐츠 대가를 받는 동시에 광고를 통해 광고주로부터 광고비를 받아 사업을 영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비즈니스모델에 획기적 변화가 일고 있다. 디지털시대에 콘텐츠를 전송사업자를 거치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직접 소비자에게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이게 바로 미디어산업을 광풍속으로 들어가게 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스트리밍 서비스인 것이다. 전송사업자, 방송에서는 케이블TV와 같은 방송사업자의 기능이 약화되거나 필요없는 경우가 생기기 시작했다. 소위 '코드커팅', '코드 세이빙', '코드 네버' 등과 같은 신조어가 생기면서 유료방송사업자의 설 땅이 점점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 국내외에서 벌어지고 있는 두 사건은 이런 변화를 즉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한다. 국내에서는 사상 최초로 일부 홈쇼핑사업자들이 케이블TV를 통해 자사의 방송을 보내지 않겠다는 블랙아웃(blackout)을 선언한 것이다. 해외에서는 미국의 2대 케이블TV사업자인 챠터와 거대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인 디즈니와 협상결렬로 디즈니 전 채널이 블랙아웃된 것이다.

미국 대학 축구와 NFL이 막 시작되는 시점에 지상파인 ABC, 최대 스포츠 채널인 ESPN 등을 포함한 24개 디즈니 채널이 약 1470만 케이블TV 가입자를 가진 차터에서 사라진 것이다. 지금까지도 사업자들끼리 협상 결렬로 블랙아웃이 일어나긴 했지만 이것은 사상 초유 사태인 것이다. 이번 블랙아웃을 '깨진 유료방송 모델을 고칠수 있는 기회', '방송산업 모델의 변곡점'이라고 언급한 언론 기사 제목은 함축적으로 지금의 방송산업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블랙아웃은 채널 사용료와 채널 커버리지에 대한 견해 차이로 생긴 것이었다. 그러기에 시간이 지나가면서 서로가 합의점을 찾아서 협상을 마무리 짓곤 했다. 이번 경우는 본질적으로 다르게 보인다. 양쪽의 주장이 다르긴 하지만 이 사태가 벌어진 이유 중심에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디즈니가 제공하고 있는 OTT서비스 Disney+, Hulu와 ESPN+에 대한 견해 차이가 지금의 사태를 초래한 것이다.

디즈니는 리니어채널과 비슷한 콘텐츠를 알 라 카르테(a la carte)형식의 저가 OTT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가의 방송 상품과 시청자의 니즈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유연하지 못한 채널 패키지의 제공은 가입자 해지를 가속화시킬 것이며, 광고 매출도 줄어들 것이라고 차터는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차터는 디즈니의 채널사용료 인상을 요구한 계약 갱신에 대해 유연한 채널 패키지 제공(예를 들어, 스포츠를 좋아하지 않은 시청자에게 ESPN과 같은 고가의 채널을 택하지 않도록 하는 것)과 디즈니의 광고기반 OTT를 리니어 채널 패키지에 포함시키는 것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흥미로운 것은 차터는 QR코드로 시청자에게 ESPN을 시청할 수 있는 vMVPD서비스(Fubo)나 유튜브 TV 가입을 유도하고 있다. 디즈니 역시도 해지하는 시청자들에게 자사의 Hulu+ Live TV를 구독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비록 케이블 채널에서는 블랙아웃으로 시청할 수 없지만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는 것을 유료방송사업자와 컨텐츠 사업자가 알려주고 있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외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채널 분쟁상태를 단지 표면적으로만 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 이것은 디지털 기술과 인터넷 발전으로 촉발되었으며, 이제는 방송의 근본적인 비즈니스모델 변화를 일으키는 시점이 되어 그 변화가 바로 눈앞에 와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깨진 유리창은 고쳐서 사용할 수 없으며, 유리창 전체를 교체해야 되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지금 우리가 요구받고 있는 상황이다.

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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