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의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성남 대장동·위례신도시·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에 이은 다섯 번째 검찰 소환 조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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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시인 ‘폭포’ 인용하며 “탄압에 굴하지 않겠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쌍방울 그룹 대북 송금' 의혹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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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10시 18분쯤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검 후문에 도착한 이 대표는 손을 흔들며 차량에서 내린 뒤 지지자들 앞에서 90도로 인사를 한 뒤 다시 차를 타고 검찰로 들어왔다. 10일간의 단식으로 부쩍 야윈 모습이었다. 현장을 찾은 박찬대·김승원·서영교·천준호 등 민주당 국회의원 등과 악수한 뒤 포토라인에 선 이 대표는 미리 준비해 온 종이를 꺼내 입장을 밝혔다. 그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국민이 곧 국가다. 국민 주권을 부정하는 세력이야말로 반국가 세력”이라며 “‘내가 국가다’라는 생각이야말로 전체주의다. 윤석열 대통령은 민주주의 민생파괴 평화파괴 행위에 대해, 그리고 국민주권을 부정하는 국정 행위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화무십일홍이라고 했다. 권력이 강하고 영원할 것 같지만, 그것도 역시 잠시간일 뿐”이라며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권은 반드시 심판받았다는 것이 역사이고 진리다. 정치검찰을 악용해서 조작과 공작을 하더라도 진실을 영원히 가둘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9시 SNS에 올린 글에서도 “국민의 삶이 더없이 힘들고 어려운 때에도 윤석열 정권이 오로지 정적인 저를 제거하는 데만 온 힘을 다하고 있다”며 “검찰이 정치 최일선에 나서며 공권력은 집권세력 전유물로 사유화되고 민주주의는 실종됐다”고 주장했다.
군사독재에 맞섰던 김수영 시인의 시 ‘폭포’의 구절도 인용했다.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를 부른다. 어둠이 짙어질수록, 정의의 외침은 더 또렷해질 것이다. 권력의 탄압에 굴하지 않고 국민과 역사가 명한 길을 흔들림 없이 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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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대북송금부터 쪼개기 후원까지 모두 조사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2019년 경기도가 냈어야 할 북한 스마트팜 조성 사업비 500만 달러를 비롯해 당시 북측이 요구한 이 대표(당시 경기지사) 방북 비용 300만 달러 등 총 800만 달러를 북한에 경기도를 대신해 보냈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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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이 대표가 쌍방울그룹의 방북 비용 대납 등을 사전에 보고받았는지 집중적으로 캐물을 방침이다. 쌍방울 측과 대북송금 요청을 한 것으로 지목된 이 전 부지사는 6월 검찰 조사에서 “쌍방울그룹에 경기지사 방북에 관해 얘기했고, 이 사실을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 대표에게도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이 전 부지사는 지난 7일 옥중 편지로“임의성(자발성)이 없는 상태에서 진술”이라며 이를 다시 뒤집었지만,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한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자신하고 있다.
이 전 부지사의 재판 과정에서 제기된 ‘재판·수사 자료 유출’, ‘사법 방해 의혹’도 조사 대상이다. 김 전 회장이 지난달 22일 열린 이 전 부지사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폭로한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임직원 등 여러 명의 이름으로 이 대표 측에 약 1억 5000만원을 쪼개기로 후원했다”는 주장도 들여다본다. 검찰은 지난 8일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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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쪽 질문지 요약본에 구급차·의료진 대기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김영남)는 총 150쪽 분량의 질문지를 준비해 이 대표를 상대로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 과정에 관여했는지 등을 물을 예정이다. 이 대표의 단식이 10일차에 접어든 만큼 건강 상태를 고려해 핵심 질문을 압축한 질문지도 별도로 준비했다. 조사실 옆에 의료진을 대기하게 하고 구급차도 청사 밖에 배치했다.
이 대표 측에선 박균택(사법연수원 21기) 변호사가 조사에 동석한다. 검찰 측에선 그동안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수사를 도맡아온 수원지검 형사6부 송민경(43·사법연수원 37기) 부부장검사와 박상용(42·사법연수원 38기) 검사 등이 투입될 예정이다. 이 대표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내용이 담긴 8쪽 분량의 진술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이 대표 측은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에 대해선 전혀 알지 못하는 상황이라 진술서에 쓸 내용이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모란·이찬규 기자 choi.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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