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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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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살만·푸틴 '원유 감산' 똘똘 뭉치자…국제 유가 연중 최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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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왼쪽)가 지난 2018년 남미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개최된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환담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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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석유 감산 카드로 똘똘 뭉치며 국제 사회에 존재감을 부각하고 있다. 세계 원유 수출국 1·2위를 다투는 두 나라의 감산 소식에 국제 유가는 연중 최고치를 찍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는 6일(현지시간) 전화 통화를 하고 원유 감산을 비롯한 양국 간 협력 강화를 논의했다고 크렘린궁이 밝혔다.

크렘린궁은 이날 성명에서 푸틴 대통령과 빈살만 왕세자가 전날 원유 감산 결정으로 세계 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기대했다고 스푸트니크 통신이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과 빈살만 왕세자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의 틀 안에서 양국이 높은 수준으로 협력하고 있다면서 "원유 감산 합의와 자발적인 원자재 공급 제한으로 세계 에너지 시장 안정이 가능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사우디 에너지부는 지난 5일 자국 국영 매체를 통해 밝힌 성명에서 “7월부터 시작한 하루 100만 배럴의 자발적 감축을 올해 12월까지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사우디 정부는 “석유 시장의 안정성과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산유국 협의체 OPEC플러스(+)국가들의 예방 조치”란 설명이다. 이에 따라 사우디는 향후 3개월간 일일 생산량을 900만 배럴로 제한한다고 덧붙였다.

곧이어 러시아도 감산을 발표했다.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부총리는 정부 텔레그램을 통해 “러시아도 12월까지 하루 30만 배럴씩 자발적 감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세계 석유 수출국 1·2위를 다투는 사우디와 러시아의 감산 발표에 유가는 요동쳤다. 국제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선물은 5일 장중 한때 배럴당 90.59달러를 기록하며 연중 최고치를 찍었다. 미 서부텍사스유(WTI) 선물은 87.41달러를 기록했다. 원유 가격이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한 건 작년 11월 이후 10개월 만이다.

이와 관련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 세계적으로 물가 상승 우려를 재점화할 수 있는 이번 조치로 백악관과의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도 “대선을 14개월 남겨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에게 새로운 타격”이라고 했다.

사우디가 주도하는 오펙+는 작년 10월에도 감산을 발표하며 워싱턴의 분노를 유발했다. 백악관은 그러나 오는 9일 개막하는 인도 뉴델리의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만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사우디와 러시아는 지난해 우크라전 발발 이후 원유 감산에 대해 '찰떡 궁합'을 이어가고 있다. 두 나라는 3년 전만 해도 ‘석유 전쟁’이라 불렸던 가격 할인 경쟁을 벌이며 국제 유가를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2020년 코로나 국면으로 러시아가 사우디의 감산 요구를 거부하면서, 사우디가 급격한 증산과 대대적인 할인 판매를 단행한 게 배경이었다. 이 사건으로 유가는 하루에 30%씩 폭락했고, “걸프전(1991년) 이후 최대 악재”란 말이 나왔다.

그랬던 러시아는 작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사우디와 거의 한 몸으로 움직이고 있다. 전쟁으로 인한 국제 유가와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자 바이든 대통령은 그해 7월 사우디로 직접 날아가 빈살만 왕세자를 만났다. 바이든은 정상회담 직후 “사우디가 국제 석유 시장을 안정시키기로 했다”고 발표했지만, 빈살만은 바이든 보란 듯이 석 달 뒤 감산을 발표했다.



사우디·이란, 대사관·홈경기 축구 7년 만 재개



이와 동시에 사우디는 올 초 중국의 중재로 화해한 이란과의 관계 개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아랍 매체 알자지라 뉴스 등에 따르면 양측은 7년 만인 올해 6월과 8월 순차적으로 대사관 문을 다시 연 데 이어, 5일 압둘라 알라나지 주이란 사우디 대사가 테헤란에 도착했다. 알리레자 에나야티 이란 대사도 사우디의 리야드 대사관에서 업무를 시작했다.

사우디와 이란은 7년 만에 프로축구 리그의 홈경기도 재개하기로 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이 4일 “양측 간에 획기적 합의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는 제3국 경기장에서만 경기를 치렀지만, 각 구단이 홈 경기장에 원정을 올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속한 사우디의 알 나르스는 오는 19일 테헤란의 아자디 스터디움에서 이란 페르세폴리스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치르게 됐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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