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섬에 꽃비 내리거든
김인중·원경 지음|파람북|200쪽|1만8500원
그림 그리는 신부와 시 쓰는 스님이 만났다. ‘빛의 화가’라 불리는 재불 화가 김인중 신부와 서울 종로구 원각사에서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는 원경 스님이 함께 시화집을 펴냈다.
수록된 대부분의 시는 원경 스님이 김 신부의 그림을 보고 떠오른 영감을 포착해 쓴 것들이다.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창’에선 종교를 뛰어넘어 예술을 통해 교감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 드러난다. “절집의 꽃문살이 달빛에 어리듯/성당 스테인드글라스는 햇살의 신비를 안는다/(…)서로 비추고 거울처럼 마주하노라면/저마다의 빛으로 향기 오간다”
김인중 신부는 원경 스님의 시를 처음 대했을 때, 꽃에 대한 시구들이 마음에 와 닿았다고 화답한다. “경직된 남성들 사회에서 꽃이 화두에 오르는 것을 한 번도 들어본 일이 없으니 스님은 꽃들의 대부라고 생각하며, 그것만으로도 단순하고 깊은 시봉으로 여겨진다.” 종교의 차이를 넘어 예술로 하나 된 구도자들의 만남은 갈등과 반목이 일상이 된 사회에 화합이라는 화두를 던진다.
[백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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