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5 (월)

이슈 물가와 GDP

물가 이어 ‘티켓플레이션’…공연관람료 1년새 6.3% 껑충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공연 티켓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지난 6월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7 브루노 마스’ 공연. 이 콘서트의 최고가는 25만원이었다. [사진 현대카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두 달에 한번 이상 뮤지컬 등 공연을 관람하는 김윤정(36)씨는 요즘 생활비를 아끼고 있다. 이른바 ‘티켓플레이션’ 때문이다. 티켓플레이션이란 공연 티켓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의 합성어로 고공행진 중인 공연 티켓 가격을 말한다. 김씨는 “뮤지컬 VIP석 기준 티켓 가격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보다 최소 3만~4만원은 비싸졌다”고 말했다.

30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공연예술관람료는 전년동기대비 6.3% 상승했다. 2분기 기준으로는 2014년(9%) 이후 9년 만에 가장 가파른 오름폭이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3.2%)의 2배에 육박한다.

중앙일보

차준홍 기자


올해 상반기 티켓판매액 상위 5개 공연의 객석 최고가는 평균 19만원 수준이다. 뮤지컬 베토벤이 17만원, 오페라의 유령 19만원, 물랑루즈 18만원, 데스노트 16만원이었고, 현대카드의 브루노 마스 콘서트 최고가가 25만원이었다. 영화관람료도 코로나 직후인 2021년 2분기 전년 대비 17.8%나 상승하더니 지난해 2분기 7.7%, 올해 2분기 4.2% 또 올랐다. 2020년 초까지 대형 영화관의 일반관 주말 관람료가 1만1000~1만2000원 선이었지만 지금은 1만5000원 선으로 매년 1000원씩 오른 셈이다.

특히 공연업계의 티켓인플레이션을 견인한 건 대규모 내한공연이나 뮤지컬 등 대극장 공연인 것으로 나타났다.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상반기 공연시장 티켓판매액은 약 5024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42% 증가했다. 객석 수가 많고 티켓 가격이 높은 내한공연 등 1000석 이상의 대극장 공연이 172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한 영향이다. 티켓 1장당 평균 가격은 5만3926원으로 코로나 초기인 2020년 상반기(4만5243원)대비 19.2% 상승했다. 특히 같은 기간 유명 가수 콘서트와 같은 대중예술 티켓 가격은 7만3961원에서 9만8198원으로 32.8% 올랐다. 대중예술을 제외한 장르는 0.4% 상승(4만1536원→4만1713원)에 그쳤다.

중앙일보

차준홍 기자


업계에선 코로나 이후 물가 상승으로 공연을 제작하는 데 필요한 자재비·대관비용·인건비 등 제작비가 늘어난 만큼 티켓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호소한다. 거리 두기 완화 이후 ‘보복 소비’에 힘입어 수요가 폭증한 것도 가격 인상 배경이다.

특히 ‘티켓 파워’가 있는 아이돌 출신 등 유명 배우들을 경쟁적으로 캐스팅하면서 가격 부담에도 매진 행렬이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순수예술로 분류되는 연극계에서도 최근 ‘셰익스피어 인 러브’가 배우 김유정·정소민·이상이 등 호화 캐스팅으로 최고가 11만원을 내세워 화제가 됐다.

중앙일보

차준홍 기자


하지만 이런 추세가 장기화하면 대중의 공연 접근성이 떨어지고 결국 ‘문화 향유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비용 부담을 제작사가 떠안고 또 이를 관객에게만 전가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수익 구조를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진각 성신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는 “물가가 오른 만큼 티켓플레이션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문제는 명확한 시스템이나 가이드라인이 없다 보니 소비자로선 가격 인상이 합당한 수준인지 알기 어렵다는 점”이라며 “상업예술이다 보니 쉽진 않겠지만 크라우드펀딩 등 관객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대중이 인기 공연을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