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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부진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성장의 또 다른 버팀목인 민간소비가 감소세를 이어가며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고물가·고금리로 가계의 소비 여력이 약해진 데다 최근 폭염과 폭우 등 이상기후에 따른 계절적 요인까지 겹친 탓이다. 하반기 소비 회복을 전망하는 낙관론 속에서 통화 정책 전환이 예상되는 내년에나 소비 정상화가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28일 한국은행은 '민간소비 회복 모멘텀에 대한 평가' 보고서에서 7월 민간소비가 4~6월에 이어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4~7월 재화소비의 경우 승용차, 음식료품 등은 늘었지만 의복·신발 등은 줄었다. 서비스소비는 음식·숙박, 육상여객 등은 감소했고 보건복지 분야는 소폭 늘었다.
지난 2분기 민간소비는 전기보다 0.1% 감소하면서 1분기(0.6%) 증가세를 지키지 못하고 다시 하락했다. 1분기엔 수출 부진에도 불구하고 견고한 민간소비가 국내총생산 성장률을 이끌었지만, 2분기엔 오히려 성장률을 0.1%포인트 끌어내리는 '애물단지'로 전락한 것이다. 이 같은 소비 부진이 하반기가 시작하는 7월에도 이어진 것이다. 한은은 최근 수정경제전망을 발표하며 올해와 내년 민간소비 성장률을 각각 2%, 2.2%로 내다봤다. 3개월 전 전망보다 각각 0.3%포인트, 0.2%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최근 소비 부진은 펜트업(보복소비) 수요가 약해진 것과 더불어 날씨 영향이 크다는 게 한은 분석이다. 보고서는 "5월 이후 특히 7월에는 평년 수준을 상회하는 강우로 의복, 음식·숙박, 레저, 여행 등 대외활동과 관련된 품목을 중심으로 소비가 위축됐다"고 밝혔다. 4~7월 중 날씨 영향을 받는 품목을 제외하면 소비가 0.2% 늘었다는 설명이다. 한은은 △실질 구매력 개선 △초과 저축 △소비심리 개선 △중국인 단체관광 재개에 따른 자영업 소득 증가 등을 소비 회복의 근거로 꼽았다. 그러나 한은의 낙관과 달리 민간소비 회복은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많다. 고금리가 지속되는 가운데 물가 역시 8월 이후 반등이 예상되며 가계의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전년 동기보다 0.8% 줄어든 479만3000원으로 조사됐다. 2021년 3분기 이후 8개 분기 만에 감소세로 전환한 것이다. 가처분소득으로 범위를 좁히면 더욱 심각하다. 평균소득에서 세금·보험료·이자비용 등 고정비용을 뺀 처분가능소득은 383만1000원으로 1년 전(394만3000원)보다 2.8%나 감소했다. 17년 만에 가장 크게 줄어든 것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평균소득, 가처분소득이 모두 마이너스란 뜻은 쓸 돈이 없는 데다 높은 체감물가로 가구가 기존에 썼던 양만큼 소비하지 못한다는 뜻"이라며 "고금리로 인한 파급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60대 이상 고령층 일자리만 늘어나고 제자리걸음인 임금을 고려하면 소비 회복 속도 역시 더딜 것이란 예상이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조사팀장은 "기업들 역시 실적이 좋지 않다 보니 임금 인상 유인이 떨어진 상황"이라며 "결국 임금상승률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기준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실질소득이 하락해 소비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통화 정책 선회가 예상되는 내년에야 민간소비 역시 본격적 회복세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주 실장은 "정부 재정 정책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금리 인하 시점 전까진 회복이 쉽지 않을 것" 이라고 전했다.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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