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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혼돈의 가상화폐

급등했던 비트코인·리플… 한달 만에 상승분 반납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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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가상화폐 가격이 하락한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빗썸 고객지원센터 모니터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가격이 나오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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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중순 이후 크게 올랐던 비트코인과 리플 가격이 최근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규제 방침을 고수한 데다,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에도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 비트코인, 리플 가격도 결국 급등 전 수준으로 돌아온 것이다.

여기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재차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 사이에 위험자산을 회피하려는 심리가 강해진 점도 비트코인, 리플 가격이 떨어진 이유로 풀이된다.

◇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미루고 리플 상대 항소도

27일 오전 9시 현재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은 3538만4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올해 들어 가장 높은 4150만원까지 가격이 치솟았던 지난달 6일과 비교해 한 달반 만에 15% 가까이 하락했다.

리플의 가격 하락 폭은 더 컸다. 지난달 13일 1125원으로 고점을 찍었던 리플 가격은 이날 현재 713원으로 36.6% 떨어졌다. 리플은 지난달 SEC를 상대로 증권성 여부를 결정하는 소송에서 승리하기 전까지 가격이 줄곧 600~700원 사이에서 움직였다. 승소 효과를 한달여 밖에 이어가지 못한 채 상승분을 거의 반납한 셈이다.

비트코인은 대형 금융사들이 잇따라 비트코인 현물 ETF의 상장을 추진하면서 지난 6월 중순부터 7월 초까지 가격이 급등했다. 당시 국내에서 이른바 ‘돈나무 언니’로 불리는 캐시 우드가 이끄는 아크인베스트에 이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과 피델리티 등이 잇따라 SEC에 비트코인 현물 ETF의 상장 승인 신청서를 제출했다.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대형 금융사들이 추진해 투자자 보호가 검증돼 있고,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와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이 같은 민주당 지지자라는 점 등을 들어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의 상장을 승인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랐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SEC는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SEC는 지난 13일 아크인베스트가 낸 비트코인 현물 ETF의 상장 승인 심사를 완료할 예정이었지만, 추가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며 승인을 연기했다. 상장 승인 심사를 최대 240일까지 연기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한 승인 결정은 내년 1월은 돼야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리플의 가격 하락 역시 SEC의 강경한 입장과 관련이 있다. 리플과의 증권성 관련 소송에서 패소한 SEC가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확정하고 지난 17일 미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가격이 급락한 것이다. SEC의 항소로 리플은 다시 오랜 기간 증권성 토큰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고, 실망감을 느낀 투자자들이 매도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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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조선비즈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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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금리 인상 재개 가능성도 악재

최근 미국 연준이 재차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점도 비트코인, 리플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지난 25일(현지시각) 세계 중앙은행장 회의인 ‘잭슨홀 미팅’ 연설에서 “적절하다고 판단되면 기준금리를 더 올릴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연준은 지난달 25~26일 가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5.0~5.25%에서 5.25~5.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는 2001년 이후 22년 만에 최고 수준에 해당된다. 당시 금융 시장에서는 이번 금리 인상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지만, 연준은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이미 SEC가 현물 ETF에 대한 승인을 미룬 상황에서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커지면서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 리플 역시 SEC의 항소 결정에 이어 긴축 우려까지 제기돼 가격 급락을 피하지 못했다.

가상자산 시장 관계자는 “비트코인, 리플 가격이 1~2개월 만에 큰 폭의 등락을 거듭한 것은 가상화폐가 여전히 투자자 심리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고위험자산이라는 사실을 입증한 셈이다”라며 “반등을 이끌 만한 호재가 보이지 않아 하반기에도 가격이 약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진상훈 기자(caesar8199@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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