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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증시와 세계경제

변동성 커진 뉴욕증시 中부동산 리스크·美인플레가 최대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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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로 접어드는 9월, 뉴욕 증시에서는 강세론자와 약세론자 간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주요 기업 어닝 시즌이 마무리되면서 실적 불확실성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미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시장 환경이 흔들리는 탓이다. 올해 뉴욕 증시를 끌어올린 인공지능(AI) 관련주 투자 열풍이 잠시 주춤한 가운데 월가에서는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기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신흥국 대장주’ 격인 중국의 경제 이상 징후가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AI 대장주’ 엔비디아 매수해볼까
뉴욕 증시 투자자들이 미국 대형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NVDA) ‘저점 매수론’과 ‘고점 경계론’ 저울질에 나섰다. 엔비디아가 시가총액 기준 미국 내 5위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8월 들어 주가가 2주 만에 약 13% 급락했기 때문이다. 이후 주가가 일부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월가 일각에서는 고점 경계론이 꾸준히 이어지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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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평가됐다는 분석에 주가가 나흘 연속 흘러내렸지만, AI칩 공급난이 앞으로 3~4분기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7%급등했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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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는 AI 대장주로 통한다.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가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은 데 힘입어 올해 5월 미국 시총 5위에 올라섰고, 주가가 꾸준히 오르면서 시총 1조달러를 돌파했다. 지난 7월 말까지만 해도 주가가 연중 상승률 약 226%를 기록하는 등 가파르게 오른 덕에 한국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매수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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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는 올해 5월 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올해 2분기 매출이 110억달러(약 14조5000억원)로 예상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생성형 AI에 들어갈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요가 늘어난 데 따른 효과라는 것이다. 엔비디아 외에도 관련 종목인 메타플랫폼스(META)와 아마존닷컴(AMZN) 주가는 올해 들어 각각 약 151%, 65% 뛰었다.

다만 8월 초 엔비디아 주가가 급락한 것을 두고 월가 일각에서는 그간 엔비디아 주가가 빠르게 뛴 것은 투기적 매수 영향이 컸다면서 당분간 추가 조정이 따를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AI 산업의 실제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올해 엔비디아 주가를 장기적인 추세선상에서 보면 변동성이 지나치게 컸다는 분석도 따른다.

스파크라인캐피털의 카이 우 창업자겸 최고투자책임자(CFO)는 엔비디아 등 AI 관련주 주가 급등세는 AI 시대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가 지나치게 커진 결과라는 입장이다. 우 CFO는 “혁신을 이끄는 성장주에 투자하면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투자를 할 때는 너무 비싼 가격에 매수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엔비디아 주가 고평가 여부와 관련해서는, 지난 7월까지 뉴욕 증시 상승세의 배경에는 엔비디아를 포함한 특정 기술 기업 주가 상승 영향이 컸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다우존스 마켓데이터를 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 포함 기업 중 시총 상위 10대 기업이 해당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최근 33%를 넘어섰다. 올해 초의 경우 27% , 닷컴버블 붕괴가 현실화되던 2000년의 경우 25%에 못 미쳤던 것을 감안하면 증시 전반에 비해 상위 10대 기업주가 상승세가 두드러졌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와이스멀티-스트레티지자문의 마이크 에드워즈 CFO는 “과거 닷컴버블을 가장 잘 보여주는 지표는 특정 기업에 대한 과도한 집중 현상이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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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기업 고평가 논란이 나올 때 가장 자주 언급되는 것이 2000년 초 이른바 ‘닷컴버블’ 붕괴다. 스파크라인 분석을 보면 당시 주가가 고평가된 것으로 분류된 43곳 인터넷 기업의 경우 개별 기업 시총이 최소 50억달러였는데 이는 기업 매출의 25배를 넘는 수준이었다. 다만 해당 기업들 주가는 이후 2년간 약 80% 떨어졌다.

대표적인 종목이 ‘네트워킹 장비 제조업체’ 시스코시스템스(CSCO)다. 시스코는 1990년대 후반 이후 주가가 빠르게 뛴 덕에 2000년 초 시총이 매출의 38배를 기록했다. 다만 이후 주가 상승세는 빠르게 둔화됐다. 2000년 이후 현재까지 시스코 투자 수익률은 약 45%이지만 여기에서 배당 수익을 제외하면 주가 상승에 따른 수익률은 약 0.5%에 불과하다.

스파크라인캐피털의 우 CFO는 “밸류에이션(주가 평가)의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닷컴버블 붕괴에도 불구하고 43곳 인터넷 기업들의 판매 매출은 이후 20여 년간 10배 늘었다. 다만 같은 기간 해당 기업들 주가가 평균적으로 약 16% 오른 반면 S&P 500지수는 284% 뛰었다. 투자의 기회비용까지 감안하면 기업 매출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종목 투자자들은 만족할 만한 이익을 내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엔비디아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입장에서는 챗GPT 같은 AI 프로그램이 아직 시장 초기 단계라는 점을 감안할 때, 엔비디아가 투자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만큼 매출을 빠르게 올릴 수 있을지 판단하기엔 너무 이르다는 의견을 내기도 한다. 엔비디아의 사업 성장세가 주가 상승세를 따라잡지 못하면 주가가 급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월가에서는 엔비디아가 여전히 매수할 만하다는 의견도 눈에 띈다. 일례로 8월 14일 모건스탠리는 엔비디아를 최선호 투자 종목으로 꼽았다. 조셉 무어 모건스탠리 분석가는 엔비디아 12개월 목표 주가를 1주당 500달러로 제시했다. 전날 마감 시세와 비교해보면 앞으로 엔비디아 주가가 약 22%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무어 분석가는 “최근 엔비디아 투매로 인해 주가가 급락한 결과 이제는 해당 종목을 매수하기 매력적인 시점이 된 것 같다”고 판단했다. 엔비디아가 실적 전망치를 5억~10억달러가량 상향 조정할 수 있다는 기대에 따른 것이다. 엔비디아에 대해 투자 보고서를 내고 있는 글로벌 투자사 51곳 중 44곳은 매수 의견이며 중립은 6곳, 매도 의견은 1곳이다.

현재 뉴욕 증시에서 빅테크(대형 기술 기업) 집중 현상이 심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엔비디아를 비롯한 AI 대장주 주가가 급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에드워즈 CFO는 “지금은 투자자들이 사업성 없는 상장 기업에 앞다퉈 투자하던 1999년과 다르다”면서 “오늘날의 승자 기업들은 이미 잘 단련이 돼 있으며 상당수가 시장을 돌파해나갈 해자(moats)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엔비디아는 AI용 반도체 칩 시장의 90%를 점유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아왔다. 일례로 씨티그룹의 크리스토퍼 데인리 분석가는 “AI 칩 시장에서 엔비디아와 AMD의 경쟁 구도는 10년 전 인텔과 AMD가 경쟁하던 서버 시장을 연상시킨다”면서 “다만 엔비디아가 향후 AI 그래픽 칩 시장의 최소 9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엔비디아와 AMD가 기존에 각각 내놓은 AI 칩인 A100과 MI250에 대한 제3자 평가를 실시한 결과 AMD의 MI250이 엔비디아의 A100에 비해 처리 속도가 80% 수준이어서 상대적으로 느리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이어 데인리 분석가는 “엔비디아의 H100도 AMD의 M300에 대해 비슷한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이며 엔비디아가 가진 우월한 칩 속도와 AI 생태계를 고려할 때 앞으로도 엔비디아가 AI 성능과 점유율에서 AMD를 상당 수준 앞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기대한 바 있다.

물가가 달러화 강세 자극
미국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한국 투자자 입장에서 눈여겨봐야 할 만한 변수 중 하나가 원·달러 환율이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미국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올해 7월 중순 이후 다시 오름세다. 8월 들어 103선을 다시 넘어선 상태다.

원·달러 환율을 결정하는 변수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 미국 주식 투자자 입장에서 당장 이달 달러화 가치 흐름을 보기 위해서는 크게 2가지를 확인해봐야 한다. ‘신흥국’을 대표하는 중국 리스크, 미국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급등세) 리스크가 달러화 강세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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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외 변수를 보면 우선 중국 경제가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내면서 위기감이 커진 가운데 8월 중순에는 대형 부동산 업체 중 하나인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 채무불이행(디폴트) 소식까지 나왔다. 중국 위안화와 달리 국제 통화 시장에서는 미국 달러화가 일본 엔화와 더불어 안전 자산 역할을 하기 때문에 중국 리스크가 커지면 상대적으로 달러 선호도가 부각된다.

우선 비구이위안은 8월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 160억위안을 상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화권에서는 비구이위안 디폴트 문제가 확산되는 경우 앞서 2021년 말 부각된 헝다(恒大·에버그란데) 디폴트 위기보다 파급력이 훨씬 클 것이라는 불안감이 나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비구이위안의 총 부채는 1조4000억위안에 달한다. 회사가 분양한 주택 중 대금 지급이 안 된 주택만 약 90만 가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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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처한 중국 최대 부동산개발업체 비구이위안에서 건설 중인 중국 베이징의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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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부동산 연구기관 이쥐연구원의 옌웨진 책임자는 대만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금융 시장이 더 이상은 1조달러 규모 초대형 부동산 회사 리스크를 견딜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근 중국 경제 회복세가 미진한 상황임을 감안할 때 시장이 비구이위안 채무 규모 부담을 견디기 힘들며 위기를 해결하지 못하면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효과가 연달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옌웨진 책임자는 또 “비구이위안의 다수 프로젝트를 제대로 진행하려면 회사 매출액이 월평균 220억위안 이상이어야 하는데 올해 1~4월까지만 이 기준을 충족했을 뿐, 지난 7월에는 121억위안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비구이위안이 추진 중인 프로젝트 규모가 헝다그룹의 4배에 달하는데 정작 중국 부동산 시장은 수년째 침체 상태다. 8월 중순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1~7월 부동산 개발투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연간) 8.5% 감소했고, 중국 내 1∼7월 누적 분양 주택 판매면적과 판매액은 역시 각각 6.5%, 1.5% 줄었다. 무엇보다 7월 부동산 투자는 연간 17.8% 쪼그라들면서 17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신탁사 리스크에도 주목하는 분위기다. USE트러스트에 따르면 올해 7월 31일까지 중국 내 총 106개 신탁 상품이 디폴트 상태다. 통틀어 440억위안에 달하는 규모다.

일례로 최근 중국 내 대표적 부동산 신탁회사인 중룽(中融)국제신탁이 상하이증시 상장사인 진보(金博)홀딩스와 난두(南都)물업, 셴헝(咸亨)인터내셔널 등 3개 사에 대해 만기가 된 상품의 현금 지급을 연기했다.

중룽국제신탁은 중국 부유층과 기업 고객이 맡겨둔 돈으로 부동산과 주식, 채권 상품에 투자하는 대형 신탁사다. 달러화로 환산한 자산 규모가 2조9000억달러 규모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룽신탁이 이번에 현금 지급을 연기한 것은 회사 대주주인 중즈그룹 유동성 문제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즈그룹의 자산관리 규모는 1조위안에 이른다.

한편 비구이위안 사태는 부진한 중국 일자리 사정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비구이위안의 경우 협력업체 3만 3207곳 등을 통해 직원 7만 명 을 고용하고 있는데 최악의 경우 대량 실업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중국 국가통계국은 “당분간 청년실업률 공개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8월 15일 밝혔다. 대졸자들이 취업 시장에 나오는 7월 청년실업률이 6월보다 더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이미 나온 만큼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불리한 통계는 의도적으로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중국 청년실업률은 올해 6월, 사상 최고치(21.3%)를 기록했다.

9월 FOMC 주목해야
미국 내에서는 여전히 인플레가 통화 시장에서 달러화 강세를 자극하는 변수다. 물가 둔화 속도가 기대만 못하거나 오히려 상승세가 두드러지는 경우 연준이 ‘물가 잡기’를 명분으로 고금리 정책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연준이 고금리 정책을 오래 끌수록 뉴욕 증시에서는 주요 미국 국채 가격과 주가가 하방 압력을 받고, 통화 시장에서는 달러화 매수세가 상대적으로 두드러진다. 기준금리를 따라 시중금리가 높아지면 국채나 주식에 비해 달러화를 들고 있는 것이 유리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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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월간 생산자물가지수(PPI)’를 보면 올해 7월 미국 PPI는 월간 0.3% , 연간 0.8% 올랐다. 월간 상승률은 전문가 예상치(0.2%)를 소폭 웃돌았고 연간 상승률은 13개월 만에 처음으로 상승 폭이 커졌다. PPI는 소비자물가 선행지표로 통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7월 PPI 지표가 인플레를 자극할지 여부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미국 7월 소매 판매 지표가 시장의 예상치를 크게 웃돌면서 수요가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도 부각됐다. 상무부가 8월 발표한 것을 보면 7월 미국 소매판매는 월간 0.7% 늘었다. 4개월 연속 증가세인데다 7월의 경우 월간 증가율이 올해 1월 이후 최대치이며 전문가 예상치(0.4%)도 크게 웃돌았다. 자동차를 제외한 7월 소매 판매는 월간 1% 늘어 전달(0.2%)보다 확장세가 두드러졌다.

소매 판매는 미국 내 수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소매 판매가 강력하다는 점은 수요 주도의 인플레리스크로 해석될 수 있다. 미국 경제의 약 70%를 민간 소비가 책임지는데 이 민간 소비를 여실히 반영하는 지표가 소매 판매다. 7월 소매 판매가 발표된 날,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연준은 금리 인상 종료를 선언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서 “인플레가 여전히 너무 높다”고 지적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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