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미술에 평생 바쳤는데 고리타분한 것만”
김구림 작가가 24일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김구림 '전 기자간담회에서 작품 '음과 양 91-L 13'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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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실험미술의 선구자인 김구림(87) 작가가 국립현대미술관 때문에 제대로 된 전시를 할 수 없었다며 당국의 관료주의적 예술행정을 비판했다.
김 작가는 24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25일부터 열리는 자신의 개인전 ‘김구림’전을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전시는 아방가르드(전위예술) 작품은 하나도 없고 고리타분한 것들만 늘어놨다"며 "국립현대미술관이라는 곳이 이런 곳인 줄 알았더라면 나는 이 전시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이번 개인전을 열면서 1970년대 미술관의 외벽을 천으로 둘렀던 자신의 전위예술을 재현하려고 했다. 하지만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서울관이 등록문화재 375호인 옛 국군기무사령부 본관이라는 이유로 이를 반대했다는 것이다.
김 작가는 “미대 다니다 배울 게 없어 학업을 그만두고 설치미술로 방향을 돌렸었다”며 “고리타분한 이미지만 캔버스에 그려서 걸어놓고, 숭고하게 생각하며 조명 비춰 감상하도록 만들어 놓는 것보다는 새로운 미술을 하자는 의미로 (미술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반대로 보여주지 못한 전위예술은 말하자면 그의 작가 정신인 셈. 김 작가는 국립현대미술관을 관장하는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의 문을 두드리기도 했지만 헛수고였다고 이날 밝혔다. 그는 “문체부란 곳이 그런 곳인 줄 이번에 다시 깨달았다. 전시에 고리타분한 것들만 늘어놔 너무 미안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이런 경우 관련 부서와 협의가 필요하다"며 "문제가 된 작품에 대해서는 작가가 전시를 2개월여 앞둔 지난 6월 20일에 언급해 도저히 전시 개막에 맞춰 협의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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