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전국적으로 무더운 날씨가 이어진 가운데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사거리에서 우산과 양산을 쓴 채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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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온도가 30도를 넘는데 에어컨을 못 켜게 해요. 사업주가 리모컨을 갖고 못 만지게 합니다.”
한낮 체감온도가 30도 이상을 웃도는 폭염이 연일 이어지고 있지만 사업장내 에어컨 가동을 제한하는 이른바 ‘에어컨 갑질’이 여전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이 공개한 ‘에어컨 갑질’ 사례에 따르면 사용자가 에어컨 조작 권한을 독점 또는 직원들에게 전기요금 부담을 언급하는 등 냉방기구 사용을 통제하는 작업장이 많았다.
한 제보자는 “30도가 넘는 날씨에 사장이 사무실 에어컨을 고쳐주지 않아 약간의 언쟁이 있었고 10일 후 해고 통보를 받았다”며 “그 일로 해고를 한 것 같은 느낌도 든다. 해고통지서엔 일자만 기재돼 있고 사유는 공란”이라고 했다.
또 다른 제보자는 “사장이 에어컨 안 틀어준 지 2~3주가 돼 간다”며 “대표가 단체 대화방에 전기요금 많이 나온다는 글을 올렸더라. 더워서 회사를 못 다니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직장갑질119는 “일부 사업장이 냉방기기 가동 기준을 턱없이 높게 정해 노동자의 건강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내 습도는 40~60% 유지가 권고되나, 습도 80% 이상이 돼야만 에어컨을 틀 수 있도록 지침을 만드는 식이다.
한 제보자는 “최근 비가 계속 오고 날씨도 너무 더웠는데 공장에서 에어컨을 절대 틀어주질 않는다”며 “습도가 80%를 넘지 않아서 틀지 않는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문의하기도 했다.
고용노동부는 온열질환 예방가이드에서 실내 노동자도 열사병 예방을 위해 휴식을 보장하도록 했다. 실내 작업장에 냉방 장치를 설치하도록 하고, 폭염특보가 발령되면 야외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10∼15분 이상 규칙적으로 쉬도록 권장하고 있지만 이같은 권고안이 무용지물인 현장이 많다는 게 직장갑질119의 지적이다.
박혜영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폭염 속에서 계속 일하면 질병이나 사고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며 “회사가 적절한 노동환경 조성을 책임지게 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자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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