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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완전 더운 날씨에 에어컨이 고장 난 상태로 오후 2시 50분부터 9시 30분까지 계속 수업을 했습니다. 스마트워치가 있는 학생에게 온도를 물어보니 30도라고 하더군요. 중간에 얼음 음료를 주긴 했지만 완전 탈진했습니다. 찜질장 같은 그곳에서 오늘도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막막하네요. 원장은 평소에도 돈을 아끼는지라 에어컨을 고쳐줄 것 같지도 않는데요. 이 상황에서 제가 보호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23년 7월 카카오톡)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20일 폭염 속 직장에서 벌어지는 ‘에어컨 갑질’로 소개한 사례의 하나다. 한여름 뜨거운 더위에 고통받는 이들은 이른바 ‘폭염 취약 노동자’로 건설, 물류, 택배노동자들 뿐 아니라 학원, 공장, 일반사무실 등에서도 흔히 있는 일이다. 제보 사례 가운데는 “30도가 넘어가는데 에어컨을 못 켜게 합니다. 에어컨 리모컨을 자기만 가지고 있고, 더워죽겠는데 힘들게 일하고 있어요.”(23년 6월 카카오톡) “에어컨은 있는데 안 틀어준지 2~3주 되려나. 다들 힘든데 대표는 에어컨 안 틀어주려고 하나봐요. 단체 톡방에 전기세 많이 나온다는 글이 올라온 적이 있어요”(23년 5월 카카오톡) 등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이 있었다. 일부 사업장은 냉방기기 가동 기준을 ‘습도 80% 이상’으로 잡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실내 적정 습도가 40~60% 수준인데, 최대 두 배 높은 습도가 아니면 냉방기기를 가동하지 않았던 것이다. 제보 가운데는 냉방 요구가 해고로 이어진 황당한 사례도 있었다. 직장갑질119는 “노동자 입장에서는 사업주가 ‘선의’로 에어컨을 틀어주지 않는 한, 더위를 감내하며 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라고 꼬집었다.
온열질환으로 부터 노동자를 보호할 법과 제도는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실제 산업안전보건법은 심각한 폭염에 따라 열사병 등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도록 했다.(제51조와 제52조) 지난 1일부터 폭염에 따른 상황 대응단계를 최고 수준으로 올리거나, 고용노동부의 ‘여름철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예방 가이드’에는 35도 이상일 때 매시간 15분씩 휴식 제공과 무더운 시간대(14~17시) 옥외작업 중지를 ‘권장’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온열질환 피해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5월 20일부터 8월 15일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온열질환자 1.5배, 추정 사망자는 3.5배가량 늘었다. 해마다 폭염일수가 늘어나는 추세여서 노동자를 상대로 한 폭염의 위협 역시 강도를 더해갈 것으로 보인다.
직장갑질119 박혜영 노무사는 “일하면서 폭염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것은 회사로부터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지속적으로 가해를 당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적절한 노동환경 조성에 대한 책임이 회사에 있음이 상식이 되는 사회가 돼야한다”고 지적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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