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25시]
이에 검찰이 A씨의 남자 친구에게 스토킹 처벌법 위반, 보복 폭행과 상해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며 영장을 내주지 않았다. 이 남자 친구는 한 달 만에 A씨를 다시 찾아가 또 스토킹 범죄를 저질렀다. A씨는 “스토킹 가해자가 구속되지 않아 결국 세 번째 피해를 당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래픽=이지원 |
스토킹 범죄 가해자가 구속되는 비율이 일반 범죄보다 낮은 데다가 기소되더라도 징역형 등을 받지 않고 풀려나는 비율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스토킹 가해자로 적발되더라도 격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피해자에게 다시 범행을 저지르는 일도 자주 생기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스토킹 피해자를 세 번 울리는 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청에 따르면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된 2021년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스토킹 범죄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률은 21.1%로 집계됐다. 전체 구속영장 기각률(17.7%·2021년 기준)보다 3.4%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스토킹 가해자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되지 않아 살인 등 심각한 범죄로 이어지는 일도 생긴다. 작년 9월 ‘신당역 역무원 살인 사건’은 스토킹 가해자인 전주환에 대해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에 발생한 것이다. 당시 법원은 “전주환이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며 영장을 내주지 않았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스토킹 범죄는 가해자가 피해자를 지속적, 반복적으로 괴롭히는 특징이 있는데 구속영장 기각률이 높아지면 또 범행할 기회를 줄 수 있다”면서 “스토킹 범죄는 ‘피해자에 대한 추가 위해 우려’가 구속영장 발부의 제1 기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스토킹 가해자로 기소돼도 징역, 금고 등 실형을 살게 되는 비율이 일반 범죄보다 낮다. 대법원이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스토킹 처벌법 시행 이후(2021년 10월~올해 6월) 스토킹 범죄 피고인이 1심 재판에서 징역이나 금고를 선고받은 비율(18%)은 전체 범죄(27%)의 3분의 2 수준에 그쳤다.
용혜인 의원은 “스토킹 범죄에 대한 판결이 집행유예와 벌금으로 그치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스토킹 범죄의 재범 가능성과 보복 범죄 가능성을 고려하고,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순위로 둔 판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슬비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