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EV) 수출을 발판으로 중국의 자동차 수출이 급성장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월 15일 중국 장쑤성 창저우의 EV 제조업체 리오토의 공장 모습. 신화=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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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중국 주요 자동차 메이커의 올해 1~6월 수출 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76% 증가한 214만대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간 일본의 수출 대수(202만대)를 사상 처음으로 뛰어넘은 세계 1위 기록이라고 닛케이는 전했다. 중국은 지난해 독일을 제치고 일본에 이어 세계 2위 자동차 수출국에 오른 데 이어 반년 만에 1위인 일본까지 추월한 셈이다.
중국의 자동차 수출을 견인한 것은 세계적인 EV 열풍이다. 하이브리드 차량을 포함한 중국의 EV 계열 수출 차량은 지난해보다 2.6배 증가해 전체 수출 차량 4대 중 1대(약 25%) 꼴이었다. 중국 상하이에 아시아 수출용 거점 공장을 둔 테슬라가 가장 많은 18만대를 수출했고, 중국 업체인 BYD가 8만대 수출로 뒤를 이었다. BYD의 경우 내수 판매분까지 합치면 지난해 187만대로 세계 1위 EV 제조업체다.
정근영 디자이너 |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 자동차 업체들이 철수한 러시아 시장으로의 수출이 증가한 것도 중국 자동차 업계에 호재로 작용했다. 지난해만 해도 러시아 국내 브랜드인 라다를 제외하고 러시아 시장에서 ‘톱 3’를 구축했던 현대ㆍ기아차는 중국 업체들에 자리를 내주고 올해 들어 5위(기아), 6위(현대)로 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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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규제에도 "불가항력"
전문가들은 중국의 자동차 수출 규모가 이제부터 더 빠른 속도로 불어날 것으로 내다본다. 2030년 전 세계 신차 생산량은 9000만대로 예측되는데, 이 중 EV가 30%를 차지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21세기 휘발유’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EV용 배터리 시장 역시 중국의 CATLㆍBYD가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2024년부터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하지 않은 북미산 EV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등 규제를 서두르고 있지만, 이미 시장에선 “불가항력”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테슬라는 중국 상하이에 전기차(EV) 거점 공장인 기가팩토리를 두고 있다. 사진은 2020년 1월 7일 촬영된 상하이 기가팩토리의 전경. 로이텨=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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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의 경우, 지난해 상하이의 기가팩토리(EV 생산기지)에서 71만대를 생산했다. 이는 테슬라 전체 생산량의 절반을 넘는 규모다. 배터리 등 중국의 EV 관련 산업 경쟁력을 적극 활용해 급증하는 아시아 EV 시장을 겨냥한 행보로 풀이된다.
또 포드는 세계 EV용 배터리 점유율 1위인 CATL과 손잡고 미시간주(州)에 배터리 공장을 세우기로 했는데, 35억 달러(4조5780억원)에 이르는 투자액 전부를 포드 측이 부담하기로 했다. CATL이 주력으로 만드는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수입할 수 없으니 아예 미국에서 만들어 쓰겠다는 얘기다. 즉 IRA 규제망을 교묘히 빠져나가기 위한 조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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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 데 품질도 뛰어난 중국산 EV
중국산 EV의 강점은 우수한 품질 대비 저렴한 가격이다. 이른바 ‘가성비’가 월등히 뛰어나다는 얘기다. 이런 장점이 글로벌 시장 환경과 맞물리면서 중국을 세계 최대 자동차 수출국으로 이끌었다.
지난달 3일 중국 광둥성 광저우의 GAC 아이온 신에너지자동차가 생산한 중국의 2000만 번째 EV 계열 차량. 신화=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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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소비층만 봐도 그렇다. 전 세계 자동차 구매 가능 인구는 20억명으로 추산되는데, 이 중 19억명이 2000만~3000만원대 차량 구매층이다. 한국을 포함해 서방 자동차 업체들은 수익을 낼 수 없는 가격대이지만, 중국 자동차 업체들엔 매력적이다. 자국 시장에서의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생산 과잉으로 할인 경쟁을 벌일 만큼 출혈이 심한 상황, 결국 수출에 더욱 매진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중국 EV 메이커가 당초 200여개 기업에서 경쟁을 통해 현재 50여개로 줄었는데, 앞으로 10여개로 더 줄어들 것”이라며 “그만큼 산업이 정리되면서 EV의 품질과 가격경쟁력이 높아졌고, 그런 상황에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니 다른 나라 메이커들은 상대가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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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콘 EV 진출도 변수
아이폰 최대 위탁생산(EMS) 업체인 대만 폭스콘의 EV 시장 진출도 중국의 자동차산업을 한 단계 성장시키는 요소가 될 수 있다. 폭스콘은 전기차 역시 스마트폰처럼 위탁생산하는 ‘모빌리티 파운드리(mobility foundry)’를 지향하고 있는데, 폭스콘에 EV용 부품ㆍ소재 등을 공급하는 200여개 업체 중 대부분이 중국의 스타트업이기 때문이다.
폭스콘의 전기차(EV) 전문 자회사인 MIH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표준화된 플랫폼 생산 EV 시범차량 생산 계획. 3인승(2023년)을 시작으로 6인승(2024년), 9인승(2025년)을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MIH 프리젠테이션 자료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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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콘은 표준화된 EV 플랫폼을 통해 각 자동차 메이커가 원하는 디자인에 맞게 차량을 생산해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폭스콘의 EV 전문 자회사인 MIH의 잭 쳉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1월 “2023년 3인승을 시작으로 2024년 6인승, 2025년 9인승 표준화 플랫폼 시범 차량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에 EV를 풀겠다는 목표다. 이미 업계에선 폭스콘이 빠르면 2030년대에 현재 세계 2위 자동차 생산업체인 폭스바겐 수준(지난해 830만대 인도)에 도달할 수 있다는 극단적인 전망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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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 한국 시장 공략
중국산 EV 광풍은 한국 시장에도 임박했다. 중국 최대 메이커 BYD가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인 아토(ATTO)3를 이르면 올해 하반기에 출시할 계획이다. 앞서 세계에서 가장 보수적인 자동차시장으로 평가되는 일본에 먼저 선을 보인 아토3는 올해 상반기에만 533대가 팔렸다. 같은 기간 현대차의 동급 모델인 아이오닉5는 일본에서 228대 판매에 그쳤다.
지난 4월 4일, 일본 요코하마의 BYD 대리점 앞을 한 여성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고 있다. BYD는 일본에 먼저 출시했던 아토3 모델을 이른면 올 하반기 한국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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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을 낮추기 위해 중국산 배터리를 채용한 한국산 EV도 곧 출시된다. KG모빌리티는 다음 달 BYD의 LFP 배터리를 탑재한 중형급 전기 SUV인 토레스 EVX를 출시할 예정이다.
김 교수는 “EV의 급성장으로 이제 자동차산업은 중국에 쫓기는 입장이 아니라 따라가는 입장이 됐다”며 “고액 연봉의 강성노조 구조를 가진 한국의 자동차산업이 중국 메이커들과 경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우려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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