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 세계청년대회’ 서울 개최
6일 오전 10시 30분(현지 시각).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2023세계청년대회 파견(폐막) 미사를 집전하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2027년 차기 대회 개최지를 발표했다. 그 순간 교황 앞 단상에는 대형 태극기를 펼쳐 든 한국 청년 10여 명이 등장해 환호했다. 이어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와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 등 한국 성직자들이 환한 얼굴로 모여들어 참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교황은 흐뭇한 표정으로 이들을 지켜봤다.
이날 서울 유치가 결정된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WYD)는 가톨릭이 전 세계 청년들을 대상으로 개최하는 가장 큰 행사다.
1984년 성(聖) 요한바오로2세 교황이 창설한 세계청년대회는 전 세계 가톨릭 청년들의 신앙적 결속의 장이다. 세계 가톨릭 청년들을 1984년 로마로 초대해 대화를 나눈 것이 계기가 됐다. 1987년 부에노스 아이레스(아르헨티나)에서 첫 해외 대회가 열린 이후로는 대륙을 순회하면서 2~4년에 한 번씩 개최되고 있다. 행사는 유럽(7회)과 중남미(3회) 등 가톨릭 교세가 강한 지역에서 주로 개최돼 왔다. 요한바오로2세의 모국인 폴란드와 스페인에서는 2회씩 개최됐다. 아시아에서도 가톨릭 교세가 강한 마닐라에서 1995년에 열렸다. 다음 개최지로 서울이 선정된 것은 아시아에서 한국 가톨릭 교회의 역할에 대한 바티칸의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보통 1주일가량 진행되는 세계청년대회에는 적게는 수십만 명, 많게는 수백만 명이 참석한다. 올해 리스본 대회에는 세계 145국에서 35만명이 공식 참가했다. 과거 폐막 미사 때에는 400만명(마닐라)이 참석한 기록도 있다. 올해 새만금 잼버리 공식 참가자가 4만5000여명인 것과 비교하면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경제적 효과도 기대된다. 컨설팅 회사인 PWC포르투갈은 리스본 대회 개최에 따른 총부가가치가 5억6400만유로(약 78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6일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세계청년대회 파견(폐막) 미사 모습. 이날 미사에는 150만명이 참가했다. 세계청년대회는 종교 행사이지만 매번 전 세계에서 수십만~수백만명이 참가함으로써 경제적 파급 효과도 상당한 것으로 추산된다.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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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청년대회는 매번 교황이 참석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는다. 행사를 창설한 요한바오로2세를 비롯해 베네딕토16세와 현 프란치스코 교황까지 역대 교황은 행사 때마다 참석했다. 올해 행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십자가의 길’ ‘밤샘 기도’ ‘파견(폐막) 미사’ 등 프로그램에 참석했다. 전 세계 가톨릭 고위 성직자들도 대거 참석한다. 리스본 대회에는 세계 각국의 추기경 30여 명과 주교 680여 명이 참석했다.
전 세계 가톨릭 차원에서 열리는 행사로는 세계청년대회와 함께 ‘세계성체대회’가 있다. 1881년 프랑스 북부 도시 릴(Lille)에서 1회 대회가 개최된 후 보통 4년 주기로 각국을 순회하며 열리는 세계성체대회도 교황이 거의 빠짐없이 참석한다. 한국은 지난 1989년 서울에서 제44차 세계성체대회를 개최했다. 요한바오로2세 교황은 1984년 방한에 이어 세계성체대회 때 두 번째 방한한 바 있다. 아시아에서 세계청년대회와 세계성체대회를 모두 유치한 나라는 필리핀(1937년 마닐라·2016년 세부)에 이어 한국이 두 번째이다.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는 “세계청년대회는 가톨릭 교회만의 행사가 아닌, 선의를 가진 모든 이가 함께 참여하는 자리”라며 “모든 인류의 선익(善益)을 위한 행사로 만들 수 있도록 정부·지자체와 긴밀히 협조하면서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염수정 추기경도 “서울 개최라는 큰 은총을 주신 주님께 감사하다”며 “전쟁 없는 ‘이 땅의 평화’를 위해 젊은이들이 하나 되어 기도하는 사랑과 기쁨의 축제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세계청년대회
요한 바오로 2세가 창설한 가톨릭 최대의 청년 행사. 1987년 아르헨티나를 시작으로 대륙을 순회하면서 열리는 행사에는 전 세계 가톨릭 청년과 성직자들이 대거 참가해 교류한다. 주로 7~8월 북반구의 여름방학 기간에 1주일 일정으로 개최된다. 참가자들은 대개 현지 신자들의 집에서 민박을 하거나 가톨릭 계열 학교의 기숙사를 이용해 숙박하면서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행사는 일주일 동안 세계 가톨릭 청소년들이 교류하면서 신앙을 성찰하고 사회 문제도 토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문화예술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리스본 대회에서는 90여 개 장소에서 600개 이상의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유스페스티벌 등이 열렸다. 야외에 150개에 이르는 고해소도 마련돼 장관을 이뤘다.
2~4년 간격으로 세계청년대회가 열리는 사이에는 전 세계 교구별 청년대회와 대륙별 청년대회도 열린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한 2014년에 서울대교구에서는 ‘순교자 윤지충 바오로와 123위(位) 시복식’, 대전교구에서는 ‘아시아청년대회’가 열렸다. 당시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두 행사 모두 참석했다.
[김한수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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