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곡물항 폭격에 맞대응
공격 알려지자 밀 가격 급등
러시아 노보로시스크항.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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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군의 해상 드론이 러시아 흑해 주요 수출항인 노보로시스크에 있는 러시아 해군 기지를 공격하자 국제 곡물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아직 공식적으로 시인하지 않고 있지만, 우크라이나의 한 당국자는 보안국(SBU)과 해군이 합동으로 노보로시스크항 공격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자는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강력폭약인 TNT 450㎏을 적재한 해상 드론이 올레네고르스키 고르냐크호를 공격했다”며 “러시아 군함은 심각한 손상을 입어 전투 임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드론 보트 두 척이 노보로시스크 해군기지 공격을 시도하는 것을 격퇴했다고 밝혔으나, 이후 러시아 해군 상륙함이 피격돼 예인되는 영상이 공개됐다.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해군 기지 인근 바다에서 폭발음과 총성이 울리는 상황을 담은 동영상이 확산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공격으로 노보로시스크 항구에서 모든 선박의 이동이 일시적으로 중단됐고, 러시아 군함은 심각한 손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공격은 러시아가 지난달 흑해곡물협정 연장 중단을 선언한 뒤 보름 가까이 흑해 연안의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항에 대규모 공습을 퍼붓는 가운데 벌어졌다. 우크라이나가 항만시설 등을 직접 겨냥하진 않았지만, 러시아의 잇단 곡물항 폭격에 대한 맞대응 성격으로 해석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공격은 흑해를 통한 러시아산 곡물 수출 중심지를 타격하려는 시도로 보인다”면서 “러시아는 자국과 카자흐스탄산 원유를 세계 시장에 수출하는데도 이 항구를 사용해 왔다”고 전했다.
크라스노다르주 노보로시스크는 유럽 최대 항구 중 하나로, 러시아 해상 무역의 17%가 이곳을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보로시스크 주변에서 우크라이나 드론 보트 공격이 지속된다면 러시아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러시아 친정부 성향 텔레그램 채널 레도프카는 3일 “(이번 공격은) 러시아 경제에 강력한 충격이 될 수 있다”면서 정부에 ‘즉각적인 대응’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흑해를 통한 화물 운송이 어려워지면 식량 위기와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세계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이 미칠 수 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드론이 노보로시스크항을 공격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직후 국제곡물시장에서 밀 선물 가격은 한때 부셸(곡물 중량 단위·1부셸=27.2㎏)당 6.47달러로 2.8%가량 급등했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밀 수출국이다. 러시아는 최근 흑해곡물협정 중단으로 식량위기가 가중될 위기에 처한 아프리카 국가들을 달래기 위해 무상으로 자국산 곡물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는데, 이러한 곡물도 노보로시스크를 경유해 운송될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지난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가 진정된 국제 에너지 가격이 다시 들썩일 가능성도 있다.
노보로시스크항은 전 세계 원유 수요의 2.5%에 해당하는 물량을 수출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다. 특히 카자흐스탄산 원유는 하루 150만 배럴이 노보로시스크를 통해 수출되고 있는데, 대부분 아시아권 정유업체가 수입한다.
원유 애널리스트 빅토르 카토나는 우크라이나의 공격 후 국제원유가격이 오르는 현상이 나타난 데 대해 “실질적 충격보다는 불안 때문인 측면이 크다”면서도 “파이프라인 등에서 문제가 생긴다면 곤경에 처할 수 있는 까닭에 불안이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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