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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이슈 [연재] 연합뉴스 '특파원 시선'

[특파원 시선] 1년간 테러 신고만 2만건…여기는 홍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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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들과 대테러 캠페인…50년만에 '선동죄' 적용

연합뉴스

홍콩 거리에 내걸린 중국 국기와 홍콩 깃발.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장국영, 유덕화, 양조위, 금성무, 주성치….

우리가 좋아했던 '그때 그 시절' 홍콩 영화 속에서 이들 스타는 모두 최소 한두 번 '홍콩 경찰' 역을 맡았다.

선한 얼굴로 친절하게 대민 업무를 하거나 곡예 같은 액션을 펼치며 마약·밀수업자들과 싸웠고 심지어 폭력조직에 잠입해 목숨을 건 범죄와의 전쟁에 나섰다.

시리즈로 대성공한 성룡의 '폴리스 스토리'는 말할 것도 없고 코미디부터 누아르, 멜로에 이르기까지 1980~90년대를 휩쓴 홍콩 영화에서 경찰은 매력적으로 그려졌다.

그러나 2023년 현실 속 홍콩 경찰의 모습은 그런 '낭만'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어 보인다. 게다가 '새로운 임무'로 바쁘다.

2020년 6월 30일 시행된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을 색출해야 하고, 수십년간 사장됐던 선동죄를 다시 끄집어내 적용해야 하며, 쏟아지는 테러 신고에 대응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잡혀들어가는 사람들은 영화에서처럼 조폭이나 악당이 아니다. 정치인, 학자, 언론인, 학생, 노조 활동가, 교사, 출판인, 배달 기사, 식당 종업원, 주부 등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일반 홍콩 시민'에 속했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지난 4월 현재 홍콩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250명이 체포되고 그중 71명에 유죄가 선고됐다. 체포는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다 홍콩 경찰이 2019년 반정부 시위를 계기로 50여년 만에 처음으로 시민들에게 선동죄를 다시 적용하기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30여명이 선동죄로 기소됐고 그중 최소 20명은 이른바 민주 활동가도, 정치인도 아닌 평범한 사람이라고 AFP 통신이 지난달 보도했다.

이들의 '선동적인 행동'은 대개 정부, 경찰, 법원 등 당국을 소셜미디어 게시물이나 유인물을 통해 비판한 것이라고 AFP는 설명했다.

그중 지난 3월 체포된 '싱글맘' 러오이와 씨는 민주 진영 소셜미디어 게시글 10여개를 퍼다 나른 혐의로 기소돼 징역 4개월을 선고받았다.

러씨의 12세 아들은 법원에 "엄마가 제발 집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해주세요"라고 탄원서를 썼지만 소용없었다.

AFP는 자체 집계 결과 선동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이들에게는 평균 200일의 징역형이 선고됐다고 밝혔다.

주부 츄메이잉(68) 씨는 지난 4월 민주 활동가의 재판에 방청 갔다가 '선동적인 발언'을 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3개월을 살았다.

그는 "내가 한 것은 단 한 문장을 내뱉은 것뿐"이라며 "나는 여전히 무엇이 선동이라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홍콩 보안장관은 홍콩에 안보 위협이 도사리고 있으며 선동죄가 국가보안법의 허점을 보완할 수 있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홍콩 경찰은 지난달 3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는 해외 체류 민주 활동가 8명에 대해 현상금을 내걸고 시민들의 적극적인 제보를 촉구했다.

이어 이달 1일에는 택시 기사들과 함께 대테러 캠페인을 시작했다.

시내를 누비는 택시 기사들이 승객들의 대화 등을 통해 테러 모의를 알아채 신고할 수 있다며 국가 안보를 위한 테러와의 싸움에 이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독려한 것이다.

홍콩 경찰은 지난해 6월 개설한 테러 신고 핫라인을 통해 지난달 중순까지 2만건의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그에 앞서 2020년 11월 개설한 국가보안법 위반 신고 핫라인을 통해서는 지난 4월까지 40만건의 신고가 접수됐다고 했다.

한때 아시아에서 가장 자유로운 도시, 다채롭고 세련된 국제도시로 불렸던 홍콩의 현재 모습이다.

지난달 미국 정부는 중국 본토, 홍콩, 마카오에 대해서 자의적인 구금 가능성을 우려하며 이들 지역에 대한 여행을 재고할 것을 권고했다.

같은 달 영국 정부도 홍콩에 대한 여행 주의보를 업데이트하면서 홍콩국가보안법이 국적이나 주거지와 관계없이 홍콩 안팎 모든 이의 행동에 적용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홍콩기자협회장은 "경찰이 내 집 현관문 앞에 오기 전까지는 내가 레드라인(넘어서는 안되는 선)을 넘었는지를 결코 알 수가 없다"고 했다.

감시와 신고로 바쁜 여기는 홍콩이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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