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용산구의 한 주유소에서 차량에 기름을 주유하는 모습.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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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가 최근 치솟으면서 배럴당 80달러를 넘어 90달러 선까지 위협하고 있다. 다시 들썩이는 유가에 한국의 경제적 부담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제 유가는 1일(현지시간)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강등(AAA→AA+)하면서 이틀간 주춤했지만, 빠르게 오름세로 전환한 양상이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3일 브렌트유 선물 가격(영국 ICE)은 전일 대비 1.94달러 오른 배럴당 85.14달러를 기록했다. 85달러를 넘나드는 시세는 4월 중순 이후 3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 달 전과 비교하면 약 14% 상승했다. 이날 두바이유 선물 가격(뉴욕상업거래소)도 하루 새 1.87달러 상승한 86.19달러로 반등했다. 두바이유 현물 가격 등도 80달러 선을 훌쩍 넘기면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국제 유가는 지난 6월 초·중순 70달러 안팎으로 바닥을 찍은 뒤 꾸준히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중국 경기 부진 같은 악재에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감산, 미국 경제 지표 호조, 글로벌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감, 달러화 가치 약화 등이 유가를 밀어 올리고 있다.
특히 3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SPA 통신에 따르면 사우디 에너지부는 지난달 시작한 자발적 감산을 9월까지 연장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우디 측은 "필요할 경우 감산 기한을 연장하거나 감산량을 더 늘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러시아는 9월에도 원유 수출량을 계속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소식들이 유가 상승을 더 부추기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저장 탱크.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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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하반기 유가 상승 기조가 이어질 거란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스탠다드차타드는 이달 석유 수요가 공급을 하루 280만 배럴 능가할 거라고 내다보면서 추가 상승에 방점을 찍었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는 "전 세계적인 폭염과 추가 감산 조치 등이 맞물려 유가가 예상보다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이대로면 90달러대도 넘어갈 수 있는 만큼 국내 원유 비축 물량을 늘리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 유가가 빠르게 올라가면 에너지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엔 부담이 된다. 이미 국내 휘발유·경유 판매가는 4주 연속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휘발유는 ℓ당 1700원, 경유는 1500원 재진입이 가까워졌다. 이러한 석유류 가격이 급등하면 2%대 상승률로 안정을 찾은 소비자물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또한 원유·가스·석탄 등 에너지 수입 급감 덕에 6~7월 두 달 연속 흑자를 찍은 무역 전선에도 악재가 된다. 다만 유가 하락에 따른 정제 마진 감소 여파로 부진을 겪는 석유화학·석유제품 수출 등엔 다소나마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유가 상승으로 국내 수입액이 다소 늘어날 순 있겠지만, 무역수지 추이가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세종=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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