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
이번 여름 할리우드에서는 ‘바비’ ‘오펜하이머’ 같은 영화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이들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은 홍보 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영화·드라마 작가에 이어 배우 노조가 파업에 동참하며 할리우드는 63년 만에 첫 동반 파업 중이다. 노조 방침에 따르면 이미 촬영한 영화가 개봉하는 것은 막을 수 없어도 이를 위한 홍보 활동에 배우가 참여하는 것은 금지된다.
디지털 환경에 따라 할리우드도 급변하고 있다.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가 가장 큰 변수다. 이런 변화가 작가와 배우들에게 불리한 환경을 만들었고, 더욱이 AI의 등장으로 이들의 입지가 더 나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작가와 배우들은 대규모 파업을 통해 유리한 계약 조건을 만들어내겠다는 다짐이다.
이 과정에서 엉뚱한 피해자가 생겼다. 틱톡·유튜브 등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이다. 수천만 팔로워를 거느린 이들은 자기 채널에서 영화를 홍보하면서 돈을 벌어왔다. 하지만 배우 노조는 이들이 파업한 배우들의 홍보를 대신해서 영화사에 숨 쉴 틈을 줄 것을 우려, “파업 기간 중 할리우드 영화 홍보를 해준 인플루언서들은 앞으로 우리 노조에 가입이 금지된다”라고 경고했다.
인플루언서들 상당수는 노조원이 아니다. 하지만 수입을 포기하면서까지 영화 홍보를 하지 않기로 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 미국 젊은 세대가 노조에 호의적이기 때문에 파업을 방해하는 사람으로 비판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들도 언젠가는 디지털 플랫폼을 벗어나 진짜 배우가 되겠다는 꿈을 꾸기 때문이다. 노조에 가입하지 않고는 할리우드에서 배우로 활동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플랫폼 최고의 스타들도 할리우드 스타를 이길 수 없는 것이다. 당장의 수입 때문에 할리우드 진출 꿈을 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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