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제영어조합이 삼성 스마트공장 도입 후 새로 탑재된 자동화 라벨 기기로 톳장을 포장하는 최신 모습. 만제영어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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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중소기업이 아직도 '스마트공장 전환'을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는 이름이 주는 부담감 때문이다. 대형 공장이 큰 설비투자를 통해 제조 환경을 전환하는 것을 떠올리며 마치 먼 나라의 일처럼 여기는 경우가 많다. 제주도에서 만난 기업 두 곳은 이 같은 오해를 해소해준다. 해녀들이 채취한 톳으로 장을 만드는 만제영어조합과 장애인·이주여성들이 함께 곡물 과자를 만드는 제주마미가 주인공이다. 이들은 작은 규모 공장도 용기를 가지고 제조 혁신에 나서면 어느 곳보다 뛰어난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증명해냈다.
제주 김녕마을은 물질의 역사가 깊어 해녀마을로도 불린다. 이곳에 있는 만제영어조합법인은 해녀들이 딴 생물을 수출하는 업체였다. 주요 수출처는 고급 해산물 소비가 많은 일본이었다. 하지만 2019년부터 한일 외교가 경색되면서 수출 물량이 감소하며 직격탄을 맞았다.
이곳에서 나고 자란 김수정 만제영어조합 대표는 고민이 깊어졌다. 김 대표는 "회사도 회사지만 조합만 바라보고 있는 김녕 해녀 10여 명의 생계가 걱정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고안한 게 '톳장'이었다. 장으로 만들면 생물보다 더 오래 보관할 수 있고 부가가치도 높아지기 때문에 상품성이 뛰어났다. 소비층도 넓어져 일본 이외 국내에서도 더 많은 판매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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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김녕마을 전통 방식을 개선해 톳과 소라로 장 담그는 방법을 개발하고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생물을 위주로 하던 만제영어조합에 가공식품은 쉬운 도전이 아니었다.
소라장의 경우 소라를 삶고 세척하고 껍데기에서 분리해 이빨을 제거하고 간장 등 양념에 졸이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후에도 소분 포장하고 금속 등 불순물 검사를 거쳐 라벨 부착과 포장 후 출하까지 하는 후공정도 필요하다. 모든 과정을 수작업으로 하다 보니 생산성이 크게 떨어졌다.
생산뿐 아니라 판매처 확보에도 애를 먹었다.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인 HACCP를 맞추기 어려웠고 이 때문에 문턱이 높은 주요 대형마트 판매처를 확보하기가 어려웠다.
김 대표는 해녀들과 함께 마을을 살려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삼성 스마트공장 전환의 문을 두드렸다.
삼성의 제조 전문가 멘토들은 2020년 만제영어조합을 찾았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수작업 위주로 진행되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작업이었다. 중탕기를 최신식으로 교체하면서 용량 규모를 키웠고 톳 절단도 수작업으로 하던 것을 절단기를 도입하며 자동화했다. 이를 통해 3명이 하던 작업을 1명이 할 수 있어 효율이 대폭 향상됐다.
멘토링의 백미는 뿔소라 손질 과정이었다. 껍데기에서 살을 분리해 날개와 이빨을 제거하는 과정이다. 젓가락과 손가락을 이용하다 보니 효율도 떨어지고 부상이 생기기도 했다.
멘토들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직원들과 수일간 직접 소라 손질을 함께했다. 날카로운 소라 이빨에 긁혀 보며 손질 원리를 익혔다. 시중 제품 중에는 소라 손질을 위한 전용 도구가 없었기 때문에 멘토들은 이를 위한 공구를 직접 만들기로 했다.
곽태영 삼성전자 제조 전문가는 "다양한 시행착오 끝에 숟가락을 활용해 제작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면서 "끝부분을 소라 내부 구조에 맞게 갈아서 미숙련 작업자라도 다치지 않고 빠르게 손질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 도구 하나로 손질 속도는 3초에서 1초로 대폭 빨라졌다.
멘토링 과정은 후공정 작업에서도 이어졌다. 기존에는 일일이 손으로 라벨을 붙였기 때문에 스티커가 우그러지는 등 불량률이 높았다. 하지만 라벨 부착기를 새로 도입한 이후엔 작업 시간이 10초에서 5초로 줄어들었다.
이 같은 혁신을 모아 보니 개선 전에는 일평균 130㎏ 수준이었던 전체 제품 생산 능력이 개선 이후 170㎏으로 38% 증가했다.
HACCP 기준을 맞추기 위해 위생 향상을 위한 노력도 이어졌다. 보관함에 자외선 소독등을 설치해 비산 방지를 위한 개선 작업을 진행했다. 도구를 위생적으로 보관하기 위해 보관함을 설치했다. 미닫이문을 통해 벌레가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물통과 도르래를 활용한 간이 자동문까지 만들었을 정도로 세심한 컨설팅이 이어졌다.
이 같은 노력으로 만제영어조합은 까다롭기로 유명한 삼성 웰스토리 품질관리심사 점수가 73점에서 93점으로 대폭 올라갔다.
이를 통해 웰스토리 납품은 물론 외부 판매처도 대거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만제영어조합은 이런 노력으로 연 매출 19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45억원을 넘어섰다. 만제영어조합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삼성 스마트공장 후속 과정에도 참여해 보다 더 높은 공장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제주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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