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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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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오른 'K뮤지컬' 천만 관객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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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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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이 지난해 뮤지컬 시장 규모가 팬데믹 이전인 2019년보다 40% 이상 증가해 사상 최초로 4000억원을 넘어섰다고 발표한 바 있다. 2022년 한 해 동안 뮤지컬을 본 사람만 해도 738만명에 달했다. 대중음악을 제외한 공연 시장 전체가 5000억원대인 상황에서 뮤지컬 비중은 전체(5590억원)의 76%(4253억원)였다. 해외 주요 공연 시장인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와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가 코로나19 영향 속에 저조한 티켓 판매를 보였지만 한국 공연 시장은 뮤지컬에 힘입어 성장세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제는 코로나19로 인한 보복 소비가 슬슬 끝나가는 시점이지만 미뤄졌던 대작 뮤지컬들이 잇따라 열리며 2023년에는 시장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정인혜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정보지원팀 팀장은 "대중음악 공연까지 포함하면 상반기에만 공연 시장이 이미 5000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예상된다"며 "공연계 특성상 연말에 큰 공연들이 몰리기에 이대로라면 뮤지컬 시장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이고, 대중음악 등을 포함한 전체 공연 시장 규모는 1조원 돌파도 가능하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하반기에 '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 등 대작 공연을 시작했거나 막 앞두고 있는 뮤지컬계는 전반적으로 기대감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한 뮤지컬 제작사 관계자는 "대형 공연의 경우 티켓 가격 또한 높은 편이기에 관객 수는 물론 매출액까지 커질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라고 밝혔다.

물론 단순한 가격 인상으로 인한 매출액 증대는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외에 시장 자체에 긍정적인 신호도 찾아볼 수 있다. 바로 부산과 대구 등을 필두로 지방 공연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서울에 편중됐던 공연 시장의 분산이 시작됐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이후 지방은 서울보다 소비자 지출 회복이 둔했지만 작년, 그리고 올해에 이르러 조금씩 지방 공연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예술경연지원센터의 2022년 결산 공연 시장 동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의 뮤지컬 티켓 예매 비중은 2020년 83%에서 2021년 71%로 줄었고, 작년에는 66%까지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티켓 판매액 비중에서도 같은 기간 88%에서 81%, 75%로 내려오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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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뮤지컬 공연의 상승세를 이끈 대표적인 도시는 부산이다. 부산은 2019년에 개관한 부산 최초 초대형 뮤지컬 전용 공연장 드림씨어터를 중심으로 대형 뮤지컬을 잇달아 유치하고 있다. 올해 '캣츠'와 '오페라의 유령'은 부산 공연을 먼저 마친 뒤 서울에서 막을 올렸다. 성질 급한 서울 뮤덕(뮤지컬+덕후)들이 부산으로 원정 관람을 떠나는 진풍경이 연출됐던 이유다. 이 밖에 '레미제라블' 역시 부산 공연을 먼저 한 뒤 서울로 올라올 예정이다. 이미 검증이 끝난 작품들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우선 비수도권에서 공연을 마치고 브로드웨이에 입성하는 미국 방식과도 유사해졌다.

대관 기간을 2개월 이상 길게 가져가기 어려운 서울 대극장(1000석 규모 이상)에 비해 부산 드림씨어터 등 지방 공연장은 4~5개월 장기 공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오페라의 유령'은 부산 공연에서 100회 차를 넘기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대구 역시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콘서트하우스, 대구오페라하우스 등 공연장이 상대적으로 많은 도시로 부산 외에도 주목할 만한 지역으로 꼽힌다. 지역 공연을 통한 불균형 해소와 시장 확대를 노려볼 수 있을 전망이다.

이러한 지방 공연들의 성장세는 영국 웨스트엔드나 미국 브로드웨이처럼 극장이 모인 곳을 중심으로 클러스터를 형성하는 데 실패한 한국 공연 시장에는 그나마 단비 같은 소식이다.

서울에는 세종문화회관, 샤롯데씨어터, 블루스퀘어, 디큐브아트센터, LG아트센터 등 대형 공연장이 존재하긴 하지만 따로 흩어져 있고, 유일한 밀집 지역인 대학로는 중소형 공연장 위주이기 때문이다.

당장 국내 뮤지컬 시장을 따질 때 포함되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해외 진출 역시 뮤지컬업계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부분이다. 아직 영화나 드라마처럼 해외의 적극적인 러브콜을 받는 수준은 아니지만 차츰 성과가 나오고 있기도 하다.

'총각네 야채가게' '마이 버킷 리스트' 등으로 중국과 일본 시장을 꾸준히 공략해 온 제작사 라이브는 '마리 퀴리'를 통해 유럽 시장을 두드리며 발판을 키워나가고 있다. 홍컴퍼니의 '라흐헤스트'는 '2023 K-뮤지컬국제마켓'에서 선보인 쇼케이스에서 우수한 성과를 거두며 오는 10월 브로드웨이에서 열리는 K-뮤지컬 로드쇼에 나갈 수 있게 됐다.

CJ ENM, 오디컴퍼니 등 대형 제작사들은 직접적인 시도도 하고 있다. CJ ENM은 브로드웨이에서 '물랑루즈' 제작 초기부터 약 100만달러를 투자해 공동 제작자에 이름을 올렸고, 마이클 잭슨의 생애를 다룬 주크박스 뮤지컬 'MJ' 역시 브로드웨이 공연을 진행 중이다. 오디컴퍼니는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위대한 개츠비'의 미국 공연을 앞두고 있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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