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 항암주사 주기·수술예약 연기에 '분통'
타 대학병원 "중증도 높은 환자 치료 도중 받기 꺼려"
보건의료노조가 처우개선, 공공의료 확충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한 13일 오후 부산 서구 부산대병원 일반병동 병실이 텅 비어 있는 가운데 침상에 환자복이 놓여 있다. 부산대병원은 보건의료노조 총파업에 대비해 지난 11일부터 중환자, 전원 불가 환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환자들을 전원·퇴원 조치했다. 2023.7.13/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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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조아서) 조아서 기자 = 부산대병원 파업이 12일째로 접어든 가운데 의료공백에 따른 환자 불편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중증환자를 중심으로 치료, 수술 등에 차질을 빚고 있어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4일 부산대병원, 보건의료노조 부산대병원지부 등에 따르면 주말인 지난 23일 수석부지부장·부지부장과 병원 사무국장이 참석한 실무 교섭이 2시간 가량 진행됐으나 평행선을 달린 채 마무리됐다. 이로써 총 4차례 교섭이 성과 없이 끝났다.
특히 이번 파업의 주요 쟁점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대한 서로의 제안 사항에 양측 모두 수용불가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구성원의 의견 수렴 방식과 시일에 대해 합의점을 보지 못했다.
노조 측은 사전 합의된 설문조사 항목으로 이날 설문조사를 통해 정규직화를 빠르게 확정 짓고자 했다.
하지만 부산대병원 측은 설명회를 진행하고, 설문조사 항목 결정, 설문조사 시행한 뒤 오는 8월 말까지 전환방식을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이외에도 '불법의료 근절' '인력 충원' 등 당초 노조 측의 요구안에 기초한 논의가 진전 없이 지지부진하게 이어지면서 본원인 부산과 분원인 양산 모두 의료 공백이 심화되고 있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에 따르면 항암화학요법(항암제치료) 중 정맥 주사 항암제의 경우에는 치료주기에 따라 2~4주 단위로 항암제를 투여 받는다.
양산부산대병원의 한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내부 전산망을 통해 "주말 사이 기대했지만 파업이 지속되고 있어 내일 항암치료 예정인 환자분들께 모두 전화를 드렸다"며 "어떤 분들은 울면서 하소연하고, 어떤 분들은 참지 못해 화를 냈다. 그 분들 중에는 지난주에 같은 전화를 드렸을 때 일주일동안 파업이 끝나기를 기다리겠다고 했던 분들도 많다"고 털어놨다.
이어 "고래싸움에 의료진과 애꿎은 환자분들만 새우등 터지는 이 상황이 괴롭고 힘들다"면서 "큰 뜻을 위해서는 작은 희생이 뒤따른다고 하지만 암환자들이 계속 항암치료를 받지 못하고 예후가 나빠진다면 그건 작은 희생이 아닐 듯 하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항암치료를 못 받고 헛걸음하셨던 환자분들이 병원 로비에서 '돈보다 생명을'이란 (파업)표어를 보고는 '내 생명은 생명도 아니냐'고 역정을 내기도 했다"며 "필수적인 수술, 그리고 최소한이라도 항암치료를 할 수 있는 환경은 유지하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또 다른 교수는 "2주간 소아암환자 항암주사치료와 성인암 항암주사실이 폐쇄돼 많은 암환자들이 고통받고 있다"며 "항암주사는 시기가 중요하고, 2주가 넘어가면 재발 위험성이 높아져 더욱 힘들다"고 걱정했다.
이어 "부·울·경을 포함해 영남권에 소아암환자들이 입원해 항암주사치료를 받는 곳은 우리병원 이외에 없다"며 "어린이병원 병동 1실을 오픈하기 위해 대략 8명의 간호사가 돌아와 준다면 이들이 아픈 몸으로 서울로 올라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부탁했다.
갑상선암을 앓고 있는 한 환자는 암 환자들이 모인 한 커뮤니티에 "파업 첫날인 13일에 잡혀있던 수술이 지금(22일)까지 밀려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심정"이라며 "다른 병원에 문의하니 2~3개월은 기다려야 된다고 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부산대병원은 파업 기간 1실만 축소 운영하던 항암 주사실을 이날부터 기존에 운영하던 대로 2실로 정상 운영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가 처우개선, 공공의료 확충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한 13일 오후 부산 서구 부산대병원 일반병동 간호사실이 텅 비어 있다. 부산대병원은 보건의료노조 총파업에 대비해 지난 11일부터 중환자, 전원 불가 환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환자들을 전원·퇴원 조치했다. 2023.7.13/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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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병원이 중증 질환자들이 주로 찾는 상급종합병원인 만큼 지역 사회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부산의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대학병원을 내원하는 중증 환자는 동네 병원에 갈 수 있는 정도가 아니기 때문에 지역의 다른 대학병원 또는 서울까지 가야한다"며 "특히 암 환자의 경우 어떤 약으로 치료해왔는지, 어떤 진료를 받아왔는지, 과거 이력과 설명이 동반돼야 하고 중간에 잠시 치료를 멈춘다거나 약을 바꾸거나, 임시 처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대학병원 관계자는 "환자를 받는 병원 입장에서도 중증도가 높을수록 받기 꺼려지고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며 "중증이라는 건 말 그대로 위중한 병으로 하루, 이틀 사이에도 병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으니 환자들의 마음이 얼마나 답답할지 이해간다"고 말했다.
이에 부산시는 이날 현장 방문을 통해 파업 현황 파악에 나섰다. 또 필요시 부산대병원 측에 공문을 보내 협조 요청을 할 예정이다. 다만 노조가 쟁의권을 확보해 파업에 돌입한 만큼 지자체 차원의 개입이 가능한지 법적인 부분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경남도는 지난 20일 "파업이 장기화하면 피해가 고스란히 경남도민에게 돌아간다”며 “파업을 중단하고 현장 복귀를 요청한다"는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ase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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