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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日 '반도체 규제' 돌입…中 "소재 수출 통제하겠다" 맞불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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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해 6월 일본 나리타 공항에서 게임회사 닌텐도의 마리오 캐릭터가 그려진 공항 안내판 앞을 한 여행객이 지나가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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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23일부터 첨단 반도체 제조장비 23개 품목에 대한 수출통제 조치에 돌입했다.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이번 규제를 통해 일본은 지난해 10월 미국이 시작한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전선에 공식 합류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날부터 일본 경제산업성의 무역 관련 개정 행정명령이 시행됐다. 이에 따라 일본 업체들은 경제산업성이 지정한 반도체 관련 23개 품목을 수출할 때 미국·한국·대만 등 42곳의 포괄 허가 지역을 제외한 국가에 대해선 경제산업성으로부터 건별로 별도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닛케이에 따르면 23개 품목에는 반도체 회로의 미세 가공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나 회로를 만들기 위해 기판 위 박막을 가공하는 에칭(동판화) 장비 등이 포함됐다. 대부분 10~14㎚(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이하의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장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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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기와 반도체 회로기판을 합성한 이미지.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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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케이는 “개정안은 특정 국가를 명시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미국의 요청으로 지난 1월 네덜란드와 함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에 동참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중국으로의 첨단 반도체 수출을 막는 통제 조치를 도입했다. 나아가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 회사를 보유한 일본과 네덜란드를 압박해 미국과 비슷한 수준의 수출통제 조치를 도입하도록 했다. 네덜란드도 오는 9월부터 자국 반도체 장비 업체들이 특정 장비를 수출할 때 당국의 허가를 받는 걸 의무화하는 조치를 시행한다.

일본의 통제 조치는 중국 반도체 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의 일본산 반도체 장비 의존도가 크기 때문이다. 국제무역센터(ITC)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해외 반도체 장비 수입 비중은 일본(30%)이 가장 컸다. 미국(15%), 한국(13%), 싱가포르(12%),네덜란드·대만(각각 8%) 등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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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중국 업계에서도 일본의 규제가 미국의 조치보다 중국의 반도체 생산에 더욱 위협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난 4월 중국 반도체산업협회는 “일본이 제한할 수 있는 수출 장비의 범위가 너무 광범위해 성숙한 반도체 기술 공급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내용의 성명을 내놨다. 다카야마 요시아키(高山嘉顯) 일본 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은 “최소 중·단기적으로 중국의 첨단 반도체 제조엔 (이번 일본의 조치가) 절망적”이라고 평가했다.

중국도 가만히 있지 않을 전망이다. 중국은 앞서 일본과 네덜란드 등이 미국의 반도체 포위망에 합류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중국 시장은 반도체에서 중요하다”며 “(수출 통제 조치는) 자신뿐 아니라 글로벌 산업과 공급망을 혼란에 빠뜨리는 자해행위가 될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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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중국 상하이에 있는 미국 반도체 회사 마이크론의 중국 법인 건물에서 한 남성이 입구를 나서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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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는 수출통제를 주도한 미국을 중심으로 보복 조치도 꺼냈다. 지난 5월 중국 국가사이버정보판공실(CAC)은 외국기업 최초로 미국 반도체 회사 마이크론에 대한 사이버보안 조사를 실시하면서 중국 주요 정보시설 운영자들의 마이크론 제품 구매를 금지했다. 중국은 다음 달부터 첨단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갈륨과 게르마늄의 수출도 통제할 예정이다.

닛케이는 “일본은 질화갈륨(GaN)을 사용한 반도체 소재 부문에서 강점이 있는데, 중국으로부터 (갈륨) 수입이 중단되면 관련 업체들은 새로운 조달처를 찾아야 한다”며 “중국이 추가 보복 조치도 시사하고 있기 때문에 반도체를 둘러싼 공급망의 불확실성은 앞으로 더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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