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일기장 발견…“너무 힘들고 괴롭다” 갑질 내용도 담겨
사촌오빠 “경찰이 사진 찍지 말라해”, 기사에 댓글 달아 주장
지난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 마련된 임시 추모공간에 고인이 된 교사 A씨를 기리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임시 추모공간 옆에 21일부터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추모공간을 마련한다는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교육계에 따르면 이 학교 담임 교사 A씨가 학교 안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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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서울 서초구 소재 서이초등학교에서 20대 초반 초임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해 파장이 커지는 가운데 유서가 없다는 경찰 설명과 달리 일기장에 갑질 내용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교사의 사촌오빠라고 주장한 A씨는 지난 20일 오전 3시 교사의 소식이 보도된 기사에 ‘갑질’ 내용이 담긴 일기장이 발견됐다는 댓글을 달았다.
21일 이 댓글을 보면 A씨는 “경찰측에서 저희에겐 유서는 없었다고 했다”면서 “다만 집에서 일기장이 발견됐다. 그 일기장 내용을 봤고 사진을 찍으려 했는데 경찰 측에서 찍지 말라고 하더라”고 주장했다.
사망 교사의 사촌오빠라고 주장하는 A씨가 쓴 글.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
이어 “(경찰이)교사가 교내에서 사망한 사건이라 학교내 학부모들 그리고 교육청이랑 윗선까지 주시하고 있어서 괜한 이슈를 만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했다”며 “그래서 (일기장 중)한장 밖에 못 찍었다”고 했다.
그는 “너무 힘들고 괴롭고 너무 지칠대로 지쳐있다고...그런 이야기들”이라며 “세부적인 내용이 더 있지만 이걸 댓글로 남겨도 될지는 모르겠다. 다만 갑질에 대한 내용도 있었다”고 전했다.
A씨는 “제가 하는 말이 이슈가 돼 작은아버지랑 어머니께 2차 가해가 될까 봐 이 댓글을 수십차례 쓰다 지우기를 반복한다. 근데 너무 억울하고 답답하다”고도 했다.
서이초등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신규교사의 유족이 20일 오후 서울시교육청 앞에 전국초등교사노조가 주최한 기자회견에 참석해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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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18일부터 답답함에 잠도 못 자고 전전긍긍하고 있다”며 “진실 규명을 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 법 또는 의학적 도움을 줄 수 분을 찾는다”고 덧붙였다.
서울교사노조도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동료 교사 B씨로부터 제보받은 글을 공개하고 “사망 교사가 ‘한 학부모가 (고인의) 개인 휴대폰 전화번호를 알아내 수차례 전화를 걸어 힘들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B씨 주장에 따르면 사망 교사는 학부모한테 번호를 공개한 적 없고 교무실에서도 개인 연락처를 준 적이 없는데 학부모가 엄청나게 여러 통 전화를 걸었다. 이에 사망 교사는 “‘방학하면 핸드폰 번호를 바꿔야겠다’고 했다”고 한다.
숨진 서이초 1학년 담임교사의 동료가 공개한 생전 대화 내용. [서울교사노조 인스타그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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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서이초등학교 교장 명의의 공식 입장문에 대해서도 유족, 교사노조,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교사노조는 전날 이번 사망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면서 유가족 대표가 “해당 학교 입장문 내용의 변경이 있게 된 원인이 궁금하다” “지속적인 악성 민원으로 인한 고인의 고충이 있었는 지 사실 확인을 하고 싶다” 등을 호소한다고 전했다.
[서이초] |
서이초는 해당 입장문을 한차례 수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공개한 공식 입장문에 있던 “해당 학급에서 발생했다고 알려진 사안은 학교의 지원하에 다음날 마무리됐다”는 부분이 삭제됐고, “학생들이 받을 수 있는 충격에 대해 적극 지원하고자 한다. 필요한 경우 전교생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해 지원이 필요한 학생을 찾아 적극 지원하고자 하며, 관련 상황을 면밀히 파악한 후 다시 안내 드릴 예정이다”라는 문구도 사라졌다.
학교 입장문 가운데 '담임 학년은 본인의 희망대로 배정된 것', '나이스 권한 관리 업무 또한 본인이 희망한 업무'라는 문구에 대해서도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등에선 학교 측의 책임 회피용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나이스 권한 권리 업무는 올해 4세대로 바뀌므로 기피 업무이며, 1학년 담임 역시 희망을 4, 5지망 등까지 쓰도록 하기 때문에 사실상 원해서 간 게 아니라는 논리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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