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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유럽연합과 나토

스웨덴 ‘나토 가입’ 길 터주고 원하는 것 다 얻은 튀르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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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도안, 회의 직전 나토·스웨덴과 3자 회담서 반대 철회

EU 가입 지원·미 F-16 전투기 구매 승인 얻어 ‘최대 승자’

발트해 인접국 모두 회원국…러시아, 나토에 ‘포위’ 형국

경향신문

32번째 나토 입성 앞둔 스웨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왼쪽)과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오른쪽)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가 열리기 하루 전인 10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악수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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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에 제동을 걸어온 튀르키예가 나토 정상회의를 하루 앞둔 10일(현지시간) 반대 입장을 철회하고 스웨덴의 가입 절차를 조속히 진행하는 데 합의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그 대가로 숙원이었던 F-16 전투기를 손에 넣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에르도안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3자 회담을 열고 스웨덴의 나토 가입 비준안을 튀르키예 의회에서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에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3자 회담을 마친 뒤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어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라며 합의 사실을 밝혔다.

1814년부터 비동맹 중립국 노선을 유지해온 스웨덴은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핀란드와 함께 나토 가입을 신청했다. 발트 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은 러시아 본토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까닭에 안보 불안을 느껴왔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 그 수위는 더 높아졌다. 나토 동진 저지를 명분으로 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오히려 나토의 추가 확장을 불러온 것이다.

나토는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합류를 반겨왔다. 스웨덴은 러시아상트페테르부르크와 접한 발트해를 핀란드 및 발트 3국과 둘러싸고 있어 러시아의 발트해 영향권을 차단할 수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은 “핀란드의 나토 가입은 스웨덴 없이 완성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스웨덴은 해군력이 강하고 전투기까지 만들어 수출하는 국가로서 나토 방위력 증강에 도움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이언 브레진스키 연구원은 “스웨덴이 합류하면 발트해가 ‘나토의 연못’이 된다”며 “유럽 중북부에 안보와 군사적 안정성이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스웨덴의 나토 가입 협상에서 최대 승자는 에르도안 대통령이다. 지난 4월 31번째 회원국이 된 핀란드와 달리 스웨덴은 그동안 튀르키예의 저지로 나토에 합류하지 못했다. 튀르키예는 스웨덴 정부가 쿠르드노동자당(PPK) 등 반튀르키예 세력을 용인한다는 빌미로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막아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오후까지만 해도 자국의 유럽연합(EU) 가입 협조를 선결 조건으로 내걸어 스웨덴의 나토 가입이 이번에도 물 건너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실리도 챙겼다. 이날 회담에서 스웨덴은 EU 회원국으로서 튀르키예의 EU 가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EU·튀르키예 간 관세 동맹 개편, 비자 면제 조치 등을 돕기로 합의했다고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전했다. 튀르키예가 요구해온 스웨덴 내 반튀르키예 단체에 대한 지원 불가 입장도 재확인했다.

이번 합의에서 명시적으로 언급되진 않았지만, 튀르키예는 숙원이었던 200억달러(약 26조원) 규모의 미국 F-16 전투기 구매 승인도 받아낸 것으로 보인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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