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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유럽연합과 나토

나토 ‘시즌2′ 개막… 냉전의 첨병서 자유진영의 방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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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태평양까지 세력 확장

조선일보

리투아니아·폴란드 순방에 나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환송 나온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인사하고 있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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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11일(현지 시각)부터 이틀간 열리는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를 맞아 나토의 위상 변화가 주목받고 있다. 나토는 냉전의 막이 오른 1949년 4월 옛 소련 등 공산권의 군사적 위협에 대항하려 미국·영국·캐나다 등 영미권 국가를 중심으로 프랑스·벨기에·네덜란드 등 1·2차 세계대전의 비극을 뼈저리게 경험한 12국이 창설했다. 1991년 소련 해체로 냉전이 막을 내린 이후 30년 넘게 ‘존재의 이유’를 의심받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외연을 빠르게 넓히며 역할을 재정립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번 정상회의가 열리는 리투아니아는 러시아·중국 등 권위주의 국가와 대립하는 자유진영 국가들엔 상징적인 장소로 여겨진다. 리투아니아는 라트비아·에스토니아와 함께 옛 소련에서 가장 먼저 독립했고 2004년 나토에 가입하며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로 확실히 합류한 나라다. 이런 장소에서 열리는 이번 정상회의에서 나토 회원 31국은 역사에 기록될 중대한 결정들을 여럿 내릴 전망이다.

조선일보

그래픽=정인성


우선 나토는 미국·영국·프랑스·독일 등이 주축이 돼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안보 보장 선언’을 준비하고 있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 등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우산’의 틀을 만들어 공개하는 것이 이 선언의 핵심”이라고 전했다. 나토 동맹국이 비(非)회원국에 대한 안보를 공개적으로 약속하는 것은 처음이다.

나토의 정체성에도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나토는 그 이름처럼 ‘북대서양’, 즉 유럽과 북미 지역의 군사 협력체로서 활동해 왔다. 하지만 이번 회의를 계기로 나토가 군사 동맹의 지리적 틀을 깨고 아시아·태평양을 아우르는 ‘권위주의 독재에 맞서는 자유민주주의’라는 이념의 공동체로 진화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정상회의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아·태 4국 정상이 초청국 형식으로 참여한다. 주요 외신들이 ‘AP(Asia-Pacific) 4′란 신조어를 내놓을 만큼 전문가들은 이들 국가의 연속 참가를 의미 있게 평가하고 있다.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은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우리는 인도·태평양에 공격적인 국가(중국)가 있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며 “같은 생각을 가진 국가들의 모임은 폐쇄적이어선 안 되며 계속 확장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토가 우크라이나전을 계기로 대(對)러시아 공동 진영을 구축한다면, 러시아와 함께 권위주의 진영의 양대 축을 이루는 중국을 간과할 수 없고 이를 위해 아시아 국가와 함께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나토는 아울러 최근 북극부터 남유럽에 이르는 지역을 아우르는 육·해·공 통합 방위 계획을 냉전 이후 처음으로 수립했다. 러시아를 적국(敵國)으로 상정해 유사시 동맹국 병력 30만명을 신속 동원하는 체계를 구축한다는 내용이다. 이 계획 역시 이번 정상회담에서 확정·채택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동맹국의 국방비 투자액을 ‘국내총생산(GDP)의 2%’에서 ‘최소 2%’로 상향 조정해 결의하기로 했다. 소련 붕괴 이후 급속도로 구심점이 약화하면서 “유럽 국가들의 안보 무임승차 기구”(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 “뇌사 상태에 빠진 안보 협력체”(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의 비판까지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180도 달라졌다는 평가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러시아와 중국이 제기한 새로운 군사·경제적 안보 위협이 나토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고 평했다.

1949년 12국으로 출범한 나토 회원국 수는 1952년 튀르키예·그리스, 1955년 서독이 가입하고서 큰 변화가 없었다. 1990년대 소련 붕괴 이후 옛 연방국을 계속 장악하려는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에서 벗어나려는 동유럽 국가들이 대거 가입하며 영역이 크게 확장됐다. 소련은 서독의 나토 가입을 빌미로 같은 해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동유럽 8개 공산국가가 주축이 된 반(反)나토 성격의 바르샤바 조약기구를 출범시켜 대립해 왔다.

냉전 종식 후 ‘공공의 적’이 사라지며 정체성의 위기를 겪었던 나토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안보 위협을 느낀 북유럽 중립국들의 연쇄 가입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지난해 핀란드·스웨덴이 신규 가입 신청을 해 올해 4월 핀란드가 새 회원국이 됐고, 스웨덴은 튀르키예와 헝가리의 비준만 남겨놓고 있다.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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