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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 (토)

중소건설사, 자금난에 실적악화 ‘이중고’…부도업체 더 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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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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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진행된 서울 관악구 신림뉴타운의 ‘서울대벤처타운역푸르지오(대우건설 시공)’ 청약은 99가구 모집에 3080명이 접수해 31.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일각에선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청약 시장이 ‘부동산 활황기’였던 2~3년 전 수준을 회복한 것 아니냐는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여전히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5월 말 기준 6만8865가구에 달한다. 시행사 응답에만 의존하는 미분양 통계의 맹점 탓에 실질적인 전국 미분양은 10만 가구를 초과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특히 최근 부동산 시장 한파로 인한 타격은 대형사보다 중소 건설사에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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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더피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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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아파트 일반 분양 가운데 10대 건설사가 시공한 단지는 전국 1만1613가구(24곳)인데, 16만821개의 청약통장이 몰리며 평균 13.85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그러나 10대 건설사 외 건설사가 시공한 단지의 일반 분양 2만2116가구(64곳)의 청약 인원은 11만5852명으로, 경쟁률 5.24대1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상반기 10대 건설사와 그 외 건설사의 청약 경쟁률 차이는 2.1배가량이었지만, 올해는 2.6배까지 벌어졌다. 한 분양대행사 임원은 “집값 하락 폭이 줄고 분양 시장이 살아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지만, 이는 대형 건설사에서 분양한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 불과하다”며 “여전히 중소 건설사가 시공한 지방 사업장의 미분양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폐업 건설사 1794개...1년 전보다 27% 급증



수주 실적에서도 대형 건설사 쏠림 현상이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발표한 ‘올해 1분기 건설공사 계약액’에 따르면 상위 1~50위 기업은 전체 건설공사 계약액의 절반에 가까운 31조원을 수주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0% 증가했다. 하지만 51~100위 기업은 1년 전보다 계약액이 27.9%, 101∼300위는 20.6% 줄었다.

실적 감소와 자금난이 겹치면서 존폐 갈림길에 선 중소 건설사도 늘고 있다. 지난 3월 한국은행 금융안정상황보고서에 따르면 지방 중소건설사 한계기업(영업이익이 이자 비용을 감당치 못하는 기업) 비중은 2021년 12.3%에서 지난해 16.7%로 증가했다.

국토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해 1~2분기에폐업신고를 한 종합·전문건설업체는 1794개사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1413개 업체보다 27.0%(381개) 증가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 1분기 폐업 신고 건수는 총 945건이었는데 이는 최근 5년 내 분기 최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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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공동주택에 분양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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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시공능력평가 100~300위권 중견 건설사의 법정관리가 줄을 잇고 있다. 올해 들어 신일건설(113위), 에치엔아이엔씨(133위)·대창기업(109위)이 회생절차에 들어갔으며, 지난해엔 우석건설(202위)·동원산업건설(388위)·대우조선해양건설(83위)이 부도를 맞았다.

특히 중소 건설사의 경우 국내 주택사업 비중이 월등하게 높은데,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미분양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경색 등에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풀이된다. 미분양 물량이 쌓이면 건설사들은 공사대금을 회수하지 못해 유동성 위기를 겪게 되는데, 자본이 부족한 중소 건설사일수록 높은 대출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죽을 힘을 다해 버틴다”…도산 건설사 늘어날 듯



전문가들은 고금리가 유지되고, 원자잿값 상승이 지속하는 가운데 지방 아파트 미분양 해소가 더딜 경우 중소 건설사의 자금난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 6일 열린 중앙일보 부동산 정책 포럼에서 이진 한국부동산개발협회 정책연구실장은 “건설·시행사들은 죽을 힘을 다해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고금리에 원자잿값, 인건비 등이 모두 오르면서 부동산 개발 업체 부담이 더 늘었다”며 “현재 PF 금리가 연10% 안팎에서 움직이는데, 금리 1% 상승 시 전체 금융 비용이 약 4% 상승한다는 자체 설문 결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지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당분간 고금리로 인해 높은 자금조달 비용이 유지돼 자금조달 여건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며 “부동산 PF 부실화 우려가 아직 해소되지 못했고,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하고 있으며 건설 기업 신용등급의 하향 조정 우려도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청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보유 중인 토지 등 돈이 되는 자산을 매각해 고금리를 버티는 건설사가 많다”며 “하반기에 도산하는 건설사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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