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CBS 라디오서 ‘친일반민족행위자’ 문구 삭제 방안 언급
민족문제연구소 구미지역위원회, 백선엽 장군 동상 제막 비판…“스스로 전쟁영웅으로 왜곡”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지난 5일 오후 경북 칠곡군 다부동전적기념관에서 열린 ‘고(故) 백선엽 장군 동상 제막식 및 3주기 추모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칠곡=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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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백선엽 장군의 국립대전현충원 안장 기록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 문구 삭제 방안을 검토 중인 국가보훈부의 계획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립대전현충원 홈페이지에 백 장군 안장 기록 비고란에는 ‘무공훈장 수여자’,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에서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이라는 설명이 적혀 있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6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마무리 수순”이라며 “곧 결론을 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장관은 “6·25라는 우리 최대의 국난을 극복한 최고의 영웅”이라며 “정말 가당치도 않은 친일파 프레임으로 그렇게 공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원봉은 6·25 때 김일성의 최측근으로 우리 국민 수백만 목숨을 앗아간 사람”이라며 “그런 사람한테는 오히려 최고의 독립 훈장이라도 주고 싶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현충원에 안장되어 있으면서 ‘친일반민족행위자’로 표기된 인물은 백 장군을 포함해 신태영 전 국방부 장관, 신현준 전 해병대 사령관, 이응준 전 체신부 장관 등 총 12명이다.
백 장군의 유족은 수개월 전부터 해당 문구를 삭제해 달라고 국가보훈부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6·25 전쟁 정전 70주년과 백선엽 장군 3주기를 맞아 지난 5일 오후 경북 칠곡군 다부동전적기념관에서 열린 고(故) 백선엽 장군 동상 제막식에서 공개된 장군 동상. 칠곡=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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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당시 국가보훈처는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위원회)가 정한 명단을 기준으로 현충원 홈페이지 안장자 기록에 ‘친일반민족행위자’라는 문구를 적었었다.
위원회는 백 장군이 1941년부터 1945년까지 만주국군 장교로 침략 전쟁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2009년 그를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규정했다.
6·25 전쟁에서 1사단장을 맡아 개전 초기 지연전과 낙동강 방어선 다부동 전투를 지휘했던 백 장군은 전쟁 후기에는 육군참모총장으로 국군을 이끌었었다.
박 장관은 라디오에서 자신의 직을 걸고 이야기할 자신이 있다면서 “공부를 해볼수록 이분(백선엽 장군)은 친일파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위원회를 놓고는 “위원들의 사회적 이력을 보면 역사적으로 편향되어 있는 사람들도 많이 있더라”면서 “그 위원회에서 결정했다고 그것이 역사적 진실이 되는 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4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단독 의결한 것을 두고 “한마디로 깜깜이 법안”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른바 ‘민주유공자법’으로도 불리는 이 법안은 이미 관련 법령이 있는 4·19, 5·18 이외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사망·부상·유죄 판결 등 피해를 본 이들을 예우하는 내용이다.
국민의힘은 논평에서 이를 야권 주류인 운동권을 위한 ‘셀프 특혜 법’이라고 맹비난하면서 “대표적 공안 사건이자 반국가단체로 판결받은 남민전 사건, 7명의 경찰이 사망한 부산 동의대 사건, 김영삼 정권 반대 운동을 4·19 혁명, 5·18 민주화 운동과 동등한 유공 행위로 인정받게 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는 민주당의 입법 강행 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건의를 검토할 방침이다.
박 장관도 “법의 기본이 덜 갖춰진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이렇게 유공자로 하겠다는데 참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지금 상태로라면 제가 국가보훈부 장관을 그만두더라도 당연히 저는 거부권을 건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족문제연구소 구미지역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 5일 오후 ‘고(故) 백선엽 장군 동상 제막식’이 열리는 경북 칠곡군 다부동전적기념관 앞에서 백선엽 동상 제막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동상 철거를 촉구하고 있다. 칠곡=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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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민족문제연구소 구미지역위원회는 지난 5일 경북 칠곡군 다부동전적기념관 앞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 백선엽 동상 제막 반대’ 집회를 열고 “다부동전적기념관에 친일반민족행위자 백선엽 동상을 세우는 것은 6·25 참전 영령들이 울분을 토할 일”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단체는 “백선엽은 2009년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선정한 ‘친일반민족행위자 705인’에 이름이 올라있는 국가공인 친일파”라며 “1941년 만주국 봉천군관학교를 9기로 졸업한 후, 독립군 토벌로 악명 높았던 간도특설대에서 복무한 반민족행위자”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1950년 최전방 1사단장이었던 백선엽은 한국전쟁 초기 인민군에 패퇴해 사흘 만에 서울이 조기 함락되는 원인을 제공했다”며 “낙동강 전선 240㎞를 한국군 5개 사단과 미군 3개 사단이 방어했는데 1개 사단의 장이었던 그가 공로를 독차지하고 과장 날조해 스스로 전쟁영웅으로 왜곡했다”고 날을 세웠다.
계속해서 “동족상잔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고 평화적 통일을 이루려면, 친일군인을 전쟁영웅으로 떠받드는 몰역사적 행태와 구태의연한 냉전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것이 대한민국사를 바로 잡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국가보훈부는 같은 날 오후 박 장관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이철우 경북도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백선엽 장군 3주기 추모식과 동상 제막식을 열었다. 국민성금 등 5억원을 들여 만든 이 동상은 높이 4.2m, 너비 1.5m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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