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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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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법 조항 너무나 명백…외교부는 대체 어떤 법리검토를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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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대리인 임재성 변호사

한겨레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대리인인 임재성 변호사. 강재훈 기자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대리인인 임재성 변호사(법무법인 해마루)는 4일 서울 시내 한 카페에서 한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광주지방법원이 양금덕(94) 할머니에 대한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재단)의 공탁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에 관해 “외교부와 재단이 제3자 변제를 하겠다고 했던 1년 전부터 예정됐던 결과”라며 “외교부가 대체 (지금까지) 어떤 법리적인 검토를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광주지방법원이 재단이 양금덕 할머니 앞으로 한 공탁 신청을 불수리했는데.

“민법에 제3자 변제가 안 된다는 조문이 명시돼 있다. 이 때문에 1년 전 민관협의회에서 제3자 변제 이야기가 나올 때부터 적법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왔었다. 외교부는 계속해서 법리적인 검토를 완벽하게 해왔다고 주장하는데, 대체 어떤 법리적인 검토를 했는지 모르겠다.”

―외교부는 광주지방법원의 불수리 결정에 관해 “공탁 공무원의 권한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며 강한 유감을 표시했는데.

“공탁규칙 48조를 보면 불수리 결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외교부는 광주지방법원 소속 공탁 공무원이 개인적인 판단으로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데, 대법원 예규는 공탁관이 불수리 결정을 할 수 있다고 정해놨다. 적법한 법령에 따라 불수리 결정을 했고, 그러면 외교부와 재단은 이의신청을 하면 된다. 절차 안에 있는 판단 주체를 존중하지 않고 자신의 뜻에 맞지 않는 결과가 나왔다고 공탁관 개인을 언급하는 것이 말이 되나? 불수리 결정이 나오고 외교부가 취재진에게 통지한 문자메시지는 정부의 공탁절차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떨어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후 피해자 쪽은 어떻게 대응할 예정인가

“공탁에 대한 무효확인 소송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이제부터는 절차가 간단하다. 외교부는 양금덕 할머니에게 신청했지만 불수리된 공탁 건에 대해서 이의신청을 하겠다고 했다. 공탁법 12조를 보면 공탁관은 이의신청을 받은 후, 이의신청이 타당하다고 보면 바로 공탁을 수리한다. 반대로 이의신청의 근거가 맞지 않다고 보면 이를 법원으로 넘긴다. 그러면 이의신청에 대한 결정절차라는 것을 진행한다. 이 또한 일반재판과 마찬가지로 3심제로 진행되고 공탁무효소송과 내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피해자 대리인들은 이 재판 과정에 이해관계자로서 참여할 것이다. 여기서 법원이 공탁이 유효하다고 판단하면 피해자들의 채권이 소멸되는 것이고, 유효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피고기업에 대한 피해자들의 채권을 그대로 유지하고 외교부가 진행해온 제3자 변제안이 무효화된다.”

―결국 공탁의 유무효를 다투는 재판을 진행해야 하는데 어떤 결과가 날 것으로 예상하나.

“당사자가 원하지 않을 경우 채무를 변제할 수 없다고 명시한 민법의 조항은 너무나 명백하다. 이에 반하는 판례도 없다. 외교부가 법리를 검토했다고 하는데 명문 규정을 이길 수 있는 게 뭔지 의문이다. 다만, 이런 우려는 있다. 사법부가 현 정부 하에서 보수화될 것이고 공탁의 유무효를 다투는 재판의 결정 시기를 늦출 수 있다. 현금화 최종 판결만을 앞둔 대법원의 판단을 늦추라고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 또한 무효가 나온다면 피해자들을 상대로 돈을 받으라고 더욱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결과적으로 공탁이 무효하다고 나오면 정부는 어떤 입장을 취할 것으로 보는가.

“공탁이 무효하다는 결정이 나오면 결국 일본 피고 기업의 채무를 인수해와 재단이 직접 배상하는 병존적 채무인수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이는 지난해 네 차례 진행된 민관위원회에서도 유력한 안으로 언급됐던 것 중 하나다. 그러나 당시 일본 쪽에서 이안에 난색을 표해 결국 제3자 변제안으로 간 것인데, 이를 일본 기업이 받을지는 알 수 없다. 일본 기업이 이 안마저 거절한다면 결국 현금화결정이 집행될 것이다”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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