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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자체 핵무장론 펴는 남북대결주의자에 통일부 맡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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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신임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된 김영호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29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 도착해 장관 후보자가 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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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9일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 김영호(64) 성신여대 교수(정치외교학)를 지명하고, 통일부 차관으로는 외교부 출신인 문승현(59) 주태국(타이)대사를 기용하면서 통일부 장차관이 모두 외부 인사로 채워지게 됐다. 통일부 장차관이 모두 외부인으로 채워진 것은 김영삼 정부 때의 ‘권오기 장관, 김석우 차관’ 체제 이후 25년 만이다. 특히 김영호 후보자는 그동안 “김정은 정권 타도”를 주장하고 여러차례 자체 핵무장을 강조한 ‘남북대결주의자’라는 점에서, 대북·통일 정책을 펼쳐야 할 통일부를 형해화하는 인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 후보자는 그동안 언론 기고와 유튜브 등을 통해 적대적 대북관을 내보이고, 자체 핵무장과 미국 전술핵 한반도 재배치를 주장해왔다. 그는 2019년 4월18일 인터넷 매체 <펜앤드마이크> 기고에서 “김정은 정권이 타도되고 북한 자유화가 이루어져서 남북한 정치체제가 ‘1체제’가 되었을 때 통일의 길이 비로소 열리게 된다”고 주장했다. 2018년 9월13일 같은 매체에 기고한 글에서는 “남북관계는 적대관계”라고 주장했다. 지난 2월20일 유튜브에서는 “미국은 한국에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되고 한국도 미국에 그런 요구를 강력하게 해야 될 시점”이라며 미국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 필요성을 주장했다.

“남북관계는 적대관계”라서 “김정은 정권 타도”로 통일의 길을 열어야 한다는 김 후보자의 주장은 ‘강압적 흡수통일론’으로 볼 수 있다. 이는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윤석열 정부 공식 방침과 배치된다. 전술핵 재배치 주장 또한 정부 입장에 반한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여권 일각에서 주장하는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정부 입장은 아니다. 찬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노골적인 적대적 대북관을 지닌 김영호 후보자를 장관에 기용한 것에 더해, 주미대사관 정무공사 등을 지낸 정통 외교관 문승현 대사를 차관에 내정했다. 이는 윤 대통령이 통일부의 기능과 성격을 대대적으로 바꿔 사실상 ‘북한인권부’로 바꾸겠다는 신호라는 풀이가 나온다. 통일부가 그간 주도해온 남북 대화·교류보다는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 인권 문제를 부각하면서 대북 압박에 주력할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 통일비서관에 국내외 인권 문제를 연구한 김수경 한신대 교수(사회복지학)를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또한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대화와 협력을 통한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통일부가 아니라 대립과 대결을 통해 흡수통일을 지향하는 ‘대결부’ 또는 ‘북한흡수부’의 출발을 알리는 인사”라고 평가했다.

외부 출신 장차관을 맞이하는 통일부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한 직원은 “통일부에 업무와 접근 방식, 구성원의 마인드 등 조직 정체성을 완전히 바꾸라는 요구인 것 같다”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원칙을 갖고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기반을 닦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정권이 타도돼야 통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는가’라는 물음에 “일부에서는 그렇게 보도가 됐는데, 제가 쓴 글이 있으니까 글을 잘 읽어보시면 그 문맥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대북 강경파로 알려졌는데, 통일부 장관으로서 교류와 협력을 하는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에는 “우려에 대해서는 청문회 과정에서 자세하게 말씀드리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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