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일본 재무성에서 열린 '제8차 한-일 재무장관회의'에서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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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관계 복원 상징적 성과”
29일 추 부총리와 슌이치 장관의 재무장관회의가 끝나고 양국은 “100억불 규모의 미 달러화 통화스와프 재개를 합의했고, 향후 양자 금융협력의 추가 진전을 위한 논의를 지속하겠다”고 공동 발표했다. 기재부는 “3월 한일 정상회담 이후 빠르게 회복된 한일관계가 금융협력 분야까지 복원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성과”라고 밝혔다.
한일 통화스와프 과거는 어떘나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국은행 등] |
통화스와프는 외환위기 등과 같은 문제가 생겼을 때 상대국에 자국 통화를 맡기고 상대국 통화나 달러를 받을 수 있는 계약이다. 현재 금융시장이 통화스와프 가동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지만, 시장 불안을 사전에 차단하는 안전판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한·일 통화스와프를 처음 체결한 건 2001년이다. 당시엔 20억 달러 규모로 시작했다. 이후 추가 협정으로 2011년 700억 달러까지 불어났고, 한일관계 악화로 2015년 2월 통화스와프가 종료되기 직전엔 100억 달러 규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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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주고, 달러 받을 수 있어
이번 통화스와프는 원화·엔화가 아닌 달러로 이뤄진다. 한국의 원화를 일본의 달러화로, 반대로 일본의 엔화를 한국의 달러화로 교환할 수 있다. 100억 달러 한도 내에서 필요할 때 원화를 이용해 달러를 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의미다. 달러를 직접 수급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만큼 유동성 측면에서 실효성이 더 크다.
통화스와프 운영 기간은 3년이다. 3년 만기 전에 합의를 통해 기간을 연장하거나 규모를 늘릴 수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엔화도 기축통화긴 하지만, 달러화와 비교하면 위상에서 차이가 있다”며 “금융시장 안정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징적으로는 달러 곳간을 더 채운다기보다는, 한ㆍ일 양국이 위기 때 활용할 수 있는 경제 협력 창구를 다시 연다는 의미가 더 크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지난 3월 한일 정상회담 이후 안보·산업 분야로의 양국 간 협력이 금융에서도 이뤄진 의미 있는 진전”이라며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우리 정부가 외화에서도 확고한 연대를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추 부총리도 “외환·금융 분야에서 확고한 연대와 협력의 틀을 마련한 것으로, 자유시장경제 선진국의 외화 유동성 안전망이 우리 금융·외환시장까지 확대된다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박경민 기자 |
이번 한일 통화스와프를 제외하고 한국이 기존에 체결 중인 통화스와프는 총 ‘1382억 달러+a’ 규모다. 캐나다·중국·스위스·인도네시아·호주·UAE·말레이시아·튀르키예 등 8개 국가와는 자국 통화를 교환할 수 있는 통화스와프가 체결돼 있고, 아세안+3 국가들과는 달러화 기반 다자간 통화스와프(CMIM)가 체결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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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재무장관회의, 내년엔 한국에서
2016년 이후 7년 만에 열린 이 날 회의에선 경제·금융 협력에 대한 논의와 대내외 경제 상황에 대한 의견 공유 등이 활발히 이뤄졌다. 양국 장관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긴축적 통화정책에 따라 세계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공급망 분절, 팬데믹 위협 등 글로벌 복합위기에 상호 공조를 통해 대응하기로 했다.
G20, G7 등에서 논의하는 국제 이슈에서도 연대를 강화한다. 세제 당국 간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국제 조세 관련 사안에 원활히 협의하기로 했다. 한국수출입은행과 일본 국제협력은행(JBIC)은 제3국 공동진출을 위한 업무협약(MOU)도 체결했다. 양국은 이번 재무장관회의를 시작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 내년엔 한국에서 양국 재무장관이 만난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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