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인천 을왕리해수욕장 인근 도로에서 술에 취한 운전자가 몰던 벤츠 차량에 오토바이를 타고 치킨 배달 중이던 50대 남성이 치어 사망했다. /인천 영종소방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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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인천 중구 을왕리해수욕장 인근 도로에서 오토바이를 몰고 배달을 가던 50대 가장이 중앙선을 넘어온 벤츠 차량에 치어 숨졌다. 가해 차량을 몰던 30대 운전자는 당시 만취 상태였다. 사망한 피해자에게는 보험금 2억7000만원이 지급됐다. 하지만 음주운전을 한 가해자가 부담한 금액은 고작 300만원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보험사가 부담했다. 법이 그렇게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사고부담금은 사고를 낸 사람이 보험금 일부를 부담하도록 한 제도다. 논란이 일자 국토교통부는 2020년 10월 의무보험 사고 부담금을 대인 3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올렸다. 이마저도 액수가 너무 적다는 지적에 지난해 7월부터는 대인 1명당 사망 시 1억5000만원, 부상은 3000만원으로 한도를 대폭 올렸다. 해당 한도는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강화되어 현재는 최대 2억원까지 부담하게 됐다. 대물 음주사고도 500만원에서 2000만원까지 부담하도록 바뀌었다.
즉, 2022년 7월 이후 음주운전 사고로 사람을 사망하게 하면 당사자가 1억5000만원을 부담하게 됐다. 자기부담금 액수가 크게 늘어난 후, 보험사가 지급한 보험금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사망한 50대 가장의 딸이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이 청원은 사흘 만에 5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국민청원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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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최승재 의원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손해보험사 12곳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 보험사의 음주운전 사고부담금 지급액은 대인 39억원이었다. 작년 8월 83억원에 비해 절반 이상 줄어든 액수다. 대물 지급액 역시 같은 기간 84억원에서 44억원으로 줄었다.
전체 대인사고 보험금 지급액에서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부담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8년 4%에 달했으나 올해 4월에는 1.3%까지 줄어들었다.
무면허 사고와 뺑소니 사고에 대한 사고부담금 지급액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무면허 사고의 대인‧대물 지급액은 작년 8월 29억원에서 올해 4월 13억원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뺑소니 사고는 14억원에서 4억6000만원으로 감소했다.
다만, 자기부담금이 대폭 강화되면서 사고를 일으킨 이들이 부담금을 납부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피해자에 대한 보험금 지급의 경우 보험사가 먼저 피해자에게 지급한 뒤 사고부담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운전자에게 구상해 청구한다.
음주사고 운전자에 대해 부과된 대인 사고부담금액의 2018년 회수율은 90.8%에 달했지만, 올해 4월에는 38.9%까지 급감했다. 대물 사고부담금액 또한 2018년 회수율은 93.9%였지만 올해 4월에는 43.4%에 불과했다.
최승재 의원은 “음주운전‧뺑소니‧무면허 등 법규 위반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중대 범죄로, 그간 수많은 처벌강화 입법에도 불구하고 안타까운 피해자는 꾸준히 발생했다”며 “금융 제재가 상당한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음주운전으로 인해 지급된 보험금이 성실한 대다수 보험가입자들에게 전가되는 일이 없도록 회수율 또한 높일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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