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셰프 스마트 팩토리에서 로봇 팔이 완성된 밀키트 제품을 옮기고 있다. 스마트 팩토리 가동 후 생산량이 10배 증가했다. 최선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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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경기 성남시에 있는 밀키트 업체 마이셰프의 ‘스마트 팩토리’. 작업자가 자동 창고 시스템(WMS)을 통해 ‘밀푀유 나베’ 밀키트 공정을 지시하자 개방형 창고 문이 열리며 야채, 소스, 냉장육 등 소분된 11가지 재료가 담긴 상자가 나왔다. 자율주행로봇(AMR)이 스르륵 움직여 상자를 포장 라인으로 옮기자 ‘로봇 팔’이 차례대로 재료를 용기에 담았다.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흘러간 용기들은 자동 포장기를 지나 밀키트 완제품이 됐다.
지난해 33만 개 판매된 밀푀유 나베 밀키트가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작업자들이 재료를 씻고 잘라 소분해 놓으면 이후 용기에 담고 포장하는 작업은 로봇들이 담당한다. 택배 준비 작업에도 사람의 개입이 거의 없었다. 올해 4월 가동한 이 스마트 팩토리는 전체 공정의 약 80%를 자동화로 처리하고 있다. 스마트 팩토리 가동으로 마이셰프의 하루 생산 규모는 기존 1만 개에서 10만 개로 증가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성장한 밀키트 시장이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상황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고물가로 외식비가 뛰자 저렴하고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하려는 수요가 이어져서다.
김경진 기자 |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8개 외식 품목의 지난달 서울지역 평균 가격은 5년 전(2018년 5월)보다 평균 28.4% 뛰었다. 여름철 대표 음식인 냉면은 8769원에서 1만923원으로 24.6% 올랐다. 서울 유명 평양냉면 식당들은 한 그릇을 1만5000~1만6000원에 판매 중이다. 반면 풀무원이 지난달 내놓은 물냉면 밀키트는 2인분에 1만2900원으로, 반값도 되지 않는다.
시장조사회사인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밀키트 시장 규모는 2019년 1017억원에서 지난해 3766억원으로 커졌다. 2025년에는 526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식품 대기업들도 밀키트 시장에 잇따라 뛰어들면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1세대 밀키트 업체’인 마이셰프가 스마트 팩토리를 준공해 생산량을 대폭 확대한 이유다.
밀키트 업체들은 가격뿐 아니라 맛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고심 중이다. 맛집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하는 게 대표적이다. 업계 1위인 프레시지는 외식보다 만족스러운 한 끼를 제공하기 위해 ‘맛집의 밀키트화’에 집중하고 있다. 40년 전통 중앙축산과 협업해 올해 초 내놓은 ‘삼성동 중앙 해장국’은 2만 개 이상 팔렸다.
김경진 기자 |
대기업 계열 브랜드들은 셰프가 개발한 레시피와 신선 배송을 무기로 삼고 있다. 밀키트 브랜드 ‘쿡킷’을 운영하는 CJ제일제당은 농·축산물의 신선한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차별화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숨 쉬는 야채 포장’을 적용해 신선도를 유지하고, 축산 가공기술을 고도화해 원재료 고유의 냄새를 제거하고 식감을 개선했다.
hy의 ‘잇츠온’은 고객 주문 즉시 공장에서 재료를 담아 생산하는 방식을 내세운다. 주문과 동시에 최적의 상태로 원물을 소분해 담아낸 후 프레시 매니저가 냉장 카트로 배송해 신선함을 유지한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물가로 외식 대신 집밥 수요가 늘면서 밀키트의 인기가 뜨겁다”며 “대기업들은 후발주자임에도 유통 인프라와 식자재 조달망 등을 기반으로 영향력을 빠르게 확장해 나가고 있어 업계가 ‘무한경쟁’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선을 기자 choi.sun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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