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새벽 6시경 매장 오픈 시간을 3시간가량 앞둔 경기 용인 수지구의 수지농협 로컬푸드직매장에서 농업인들이 당일 수확한 농산물을 매대에 진열하고 있다. 송경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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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새벽 5시 30분께 경기 용인 수지농협 로컬푸드직매장. 매장 개점까지 3시간 넘게 남은 시간인데도 인근 농가에서 당일 갓 재배한 농산물을 들고 나온 농업인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개인 차량에서 농산물을 꺼내 카트에 담은 뒤 사무실 한편에서 가격과 생산자 정보, 중량 등이 적힌 라벨을 인쇄해 붙이고 매대에 상품을 진열하기까지 모든 작업을 생산자가 직접 했다. 대파 등을 납품하는 황계숙 씨는 "로컬푸드(지역 농산물)의 위생이나 식품 안전 관리 기준은 일반 농산물보다 까다롭다"고 말했다.
막 매대에 놓인 부추 라벨에는 출하 시간으로 '22일 오전 4시 3분'이 적혀 있었다. 용인 수지구 고기리에서 꽈리고추 등을 재배하는 정성문 씨는 "당일 생산한 농산물만 판매할 수 있어 늦은 밤까지 작업한 뒤 새벽에 나온다"고 설명했다.
수지농협 로컬푸드직매장 관계자는 "마트 상품처럼 채소 모양이 반듯하거나 예쁘지 않지만 신선도만큼은 어느 상품보다 뒤지지 않아 한번 먹어본 고객은 다시 찾는 편"이라며 "점포마다 단골 고객이 계속 쌓이는 이유"라고 전했다.
최근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판매 지역 인근에서 당일 생산·판매돼 신선하면서도 저렴한 '로컬푸드'가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시·구 내에서 재배되는 지역 농산물이다. 유통 과정이 간소해 농업인이 물류비, 수수료 등을 절감할 수 있어 소비자는 시중 가격보다 10~20% 저렴하게 살 수 있다. 농협로컬푸드직매장은 2012년 전북 완주 용진농협에서 1호점을 개점한 이래 꾸준히 성장해 현재 서울을 비롯한 전국 매장 수가 675개에 이르렀다.
농협로컬푸드직매장협의회에 따르면 나물과 엽채류(잎채소), 오디·앵두 등 무르기 쉬운 과실류는 유통기한이 1일(24시간)이다. 이날 새벽 매장에서 만난 생산자 이광환 씨(수지구 풍덕천리)는 "안 팔리고 남은 상품은 다음 날 아침에 다시 가져가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다른 채소도 호박류를 제외하면 유통기한이 대부분 3일 이내로 짧은 편이다. 그만큼 로컬푸드는 관리 기준이 까다롭다. 공공기관 등에서 수시로 잔류 농약 검사를 하는 등 주기적으로 검수도 받는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일정 기간 납품 정지 처분을 받고, 4회 이상 반복될 경우 직매장에서 영구 퇴출된다.
반면 가격은 대체로 시중보다 10~20% 저렴하다. 대형마트 농산물은 경매를 통해 매입되고 이후 검수·포장·이송 등을 거쳐 통상 생산 후 판매까지 최소 2~3일이 소요되지만 로컬푸드는 농업인이 생산 당일 직접 납품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농협로컬푸드직매장의 매출 규모는 2019년 3082억원(200개 매장)에서 지난해 5156억원(615개 매장)으로 3년 만에 70% 가까이 커졌다. 올해 1~6월 매출액만 5455억원(675개 매장)으로 이미 지난해 매출액을 넘어섰다. 한 농업계 관계자는 "소량 생산이기는 하지만 많이 판매하는 사람은 월 1000만원 이상 팔기도 한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에서도 최근 로컬푸드 코너 판매량이 증가하는 추세다. 이마트는 대구, 부산, 광주 등 지역 점포에 별도 매대인 '로컬팜'을 구성해 운영 중인데 올해 1~6월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20.3% 증가했다. 롯데마트 역시 신선도를 앞세워 전국 100개 점포에서 다양한 지역 농산물을 판매하고 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올해 1~6월 로컬 상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 늘었다.
[용인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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