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말 대출잔액 1033조7000억
코로나19 전보다 50.9% 늘어난 규모
자영업자, 원리금상환부담 등 리스크 잠재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종료땐 ‘부실폭탄’
자영업자들의 소득 개선은 코로나19 이전보다 더딘 반면, 빚 부담은 오히려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취약차주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는데다 이들의 연체율도 상승하면서 자영업자 대출 부실 위험이 한국 경제에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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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2023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현재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033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960조7000억원)보다 7.6% 증가했다. 코로나 팬데믹 전인 2019년 말(684조9000억원)과 비교하면 348조8000억원(50.9%) 늘어난 규모다.
가계대출은 지난해 4분기에 1년 전 대비 0.4% 감소로 돌아선 후 올해 1분기에도 1.0% 줄어들며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이 일어나고 있지만 자영업자 대출은 4분기와 1분기에도 각각 12.2%, 7.6% 증가세를 이어갔다.
자영업자 중에서도 특히 취약차주,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대출이 늘어나면서 전반적인 부채의 질도 악화됐다.
차주 특성별로 보면 2019년 4분기에는 자영업자 대출 중 취약차주의 비중이 9.9%, 비취약차주의 비중이 90.1%였으나 올해 1분기엔 취약차주가 10.1%로 늘어나고 비취약차주가 89.9%로 줄었다.
금융업권별로는 비은행의 비중이 같은 기간 32.1%에서 39.4%로 증가한 반면, 은행의 비중은 67.9%에서 60.6%로 감소했다.
업종별로 보면 대면서비스업종이 39.9%에서 46.1%로 급증했다. 비대면업종이 20.2%에서 21.5%로 소폭 늘어나고, 부동산업은 39.9%에서 32.4%로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자영업자 부채는 코로나 사태가 1년을 경과하면서 다중채무자가 급격하게 늘고 대출총액도 급격히 늘었다”면서 “활동 제한 때문에 영업 매출이 급격히 떨어진 상황에서 임대료 등 써야 하는 고정비가 있는데 부족해진 부분을 부채로 메꾸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자영업자 소득은 대출금리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코로나 이전 대비 92.2% 수준에 그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낮은 수준을 유지하던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승 전환했다.
3월 말 현재 자영업자대출 연체율은 1.00%로 지난해 6월 말(0.47%)보다 0.53%포인트 올랐다.
특히 취약차주의 연체율이 5.70%에서 10.00%로 4.30%포인트나 뛰었다. 비취약차주의 연체율이 0.17%로 0.09%포인트 오른 데 비해 훨씬 큰 증가폭이다.
비은행 연체율은 2.52%(+1.25%포인트)로 은행 연체율(0.37%, +0.21%포인트)보다 더 늘어났다. 대면업종(0.60%, +0.38%포인트)은 비대면업종(0.37%, +0.18%포인트)이나 부동산업(0.16%, +0.07%포인트)보다 빠르게 상승했다.
자영업자는 비자영업자에 비해 부동산가격 하락에 취약하고, 원리금 상환 부담과 단기 및 일시상환 중심의 부채 구조가 리스크 요인으로 잠재하고 있다.
1분기 말 현재 자영업자 대출 중 비주택부동산 담보대출 비중은 58.6%로 비자영업자(15.1%)에 비해 상당히 높다. 자영업자의 1인당 대출 규모는 3억3000만원으로 비자영업자(9000만원)의 3.7배에 달해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큰 상황이다.
또한 자영업자 대출의 일시상환 방식 비중과 단기대출 비중은 각각 44.2%, 73.2%로 비자영업자(37.7%, 37.6%)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이에 한은은 “향후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되고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가운데 대출금리 부담이 유지될 경우 취약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연체 규모가 확대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자영업자의 연체위험률 역시 지난해 하반기 이후 반등하는 모습이다. 한은은 올해 말 자영업자 대출의 연체위험률이 3.1%까지 오르고, 취약차주의 연체위험률은 18.5%까지 상승할 것으로 추정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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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자영업자 지원을 위해 실시해 온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가 9월 종료되면 부실 폭탄이 터질 것이란 우려도 높다.
이 부연구위원은 “지금까지는 정부가 자영업자 대출을 많이 대환해 주고 연기해 줬지만 이제는 더이상 연기하는 게 무리한 수준까지 왔기 때문에 종료 시점 이후 연체율이 급격하게 늘고 대출 문제뿐 아니라 부도나 폐업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자영업자 대출 중 잠재 부실 위험이 높은 대출의 연체 리스크를 적절한 수준에서 관리하기 위해 취약차주에 대한 채무재조정을 촉진해야 한다고 봤다.
한은은 “중장기적으로는 소득이 회복된 정상차주의 경우 자발적인 대출 상환을 유도하는 한편 자영업자 부채구조를 단기에서 장기로, 일시상환에서 분할상환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급격한 자금 애로를 겪지 않는 선에서 자영업자의 비주담대에 대한 규제 체계도 점진적으로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경 기자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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